체스, e스포츠와 손잡다…전통과 속도 ‘경계’ 허물다

2025-04-12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체스가 이제 e스포츠 무대에 오른다. 느릿하고 치열한 전략 싸움의 상징으로 평가돼온 체스가 초고속 콘텐츠 소비 시대에 맞춰 변화를 시도 중이다. CNN은 12일 “체스가 e스포츠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속도’다. 클래식 체스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제는 경기 시간이 짧은 ‘빠른 체스’가 젊은 세대의 흥미를 끌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적 흐름이다. 체스 전문 플랫폼 체스닷컴과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확산, 그리고 팬데믹 시기 인기 급상승한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이 기폭제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최하고 후원하는 e스포츠 월드컵(EWC)이 체스를 공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총상금 150만 달러가 걸린 이번 대회에는 세계 최정상급 체스 선수 16명이 출전한다.

e스포츠 명문팀들도 체스에 눈을 돌렸다. 팀 ‘리퀴드’는 세계 1위 마그누스 칼센(노르웨이)과 파비아노 카루아나(미국)를 영입했다. 팀 리퀴드 CEO 스티브 아르한셋은 CNN에 “게임 팬과 체스 팬의 인구통계학적 구성이 겹친다”며 “체스는 이미 강력한 콘텐츠이자 상업적 잠재력이 충분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EWC 조직위 수장 랄프 라이히어트도 “체스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종목 중 하나”라며 “e스포츠 클럽 생태계와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스닷컴과는 3년 간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대회에 적용될 ‘10+0’ 규칙도 주목된다. 각 선수는 추가시간 없이 10분 안에 모든 수를 둬야 한다.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은 포맷이다. 미국 랭킹 2위이자 세계 랭킹 5위인 카루아나는 “전통적인 체스와는 다소 다르지만, 더 많은 관중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다. 체스의 전통성과 깊이를 중시하는 이들은 ‘게임화(gamification)’ 흐름에 우려를 표한다. 국제체스연맹(FIDE) 에밀 수토프스키 CEO는 “우리는 고전 체스의 가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e스포츠와의 협업이 체스를 대중에게 확산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세계선수권 같은 핵심 이벤트는 FIDE가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센은 이번 EWC에서 선수이자 대사로 활동하며 체스의 새 지평을 연다. 수익성도 긍정적이다. 아르한셋은 “스폰서들도 체스의 팬층을 매력적으로 본다”며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CNN은 “전통을 지키되, 시대에 맞게 진화하겠다는 체스의 선택. 천천히 두던 ‘왕의 게임’은 이제 마우스를 잡고 10분 안에 승부를 본다”며 “체스는 지금, 디지털 전장을 향해 새로운 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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