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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람들이 이 영화를 환상적이라고 말해도 괜찮고, 거지같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운 건 사람들이 이 영화가 ‘그냥 괜찮다’고 하는 겁니다.”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의 타셈 싱 감독이 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첫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4K로 바꿔 재편집한 <더 폴: 디렉터스 컷>(2024)이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마련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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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의 제작기간은 28년이다. 로케이션 헌팅에만 17년, 여자 주인공을 찾는데 다시 7~8년이 걸렸다. 영화는 무성영화 시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촬영 중 부상을 당해 입원한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가 같은 병원에 있는 5살 여자아이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에게 악당 오디어스에 맞서는 다섯 무법자의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내용만 보면 거의 30년에 달하는 제작기간이 의아해지지만,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의 강렬한 비주얼을 보면 금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몇 초 안에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짧은 광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119분 동안 쭉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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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아름답고 기이한 장소들은 전세계에 모두 실제 존재하는 곳이다. 영화에는 단 한 컷의 CG, 단 하나의 세트장도 사용되지 않았다. 싱 감독은 “CG는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간이 지나면 옛날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CG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작 18년 만에 4K로 리마스터링 됐다고 알려졌지만, 싱 감독은 2006년에도 영화를 4K로 마감했다. 다만 극장 중 4K 영화를 틀 수 있는 곳이 없었고, 당시 작업했떤 것을 분실해 최근 다시 만들었다. 그는 “오래 갈 영화라는 생각 때문에 최신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에 대한 집착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어린 시절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덕에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된 TV 방송’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싱 감독의 설명이다. 대화를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아주 중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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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기 전 광고 일을 했던 그는 광고로 번 돈을 24개국 로케이션 촬영을 하며 다 썼다. 이 영화를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여겨서는 아니다. 여자친구에게 차인 뒤 상실감에 시달리다 집을 포함한 모든 것을 팔아버리고 외국으로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실연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더 폴>은 로리와 알렉산드리아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당시 함께 작업하던 에디터에게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싶으면 판타지 장면은 다 빼고 병원에서 둘만 나오는 걸로 가면 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냥 떠나자고 했죠. 전 극단적인 사람이에요.” 그가 최근 찍은 영화는 <더 폴>과는 정반대로 100% 세트장 내에서만 촬영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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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재개봉해 ‘흥행 역주행’ 중이지만, 첫 개봉 당시에는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고 흥행에도 실패했다. 그는 “영화를 만든지 거의 20년이 지났는데 요즘 비평가들이 ‘왜 더 폴 같은 영화를 또 안하냐’고 묻는다. 이 영화에는 ‘다른 세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가 부활하는 것을 보는 건 놀라운 경험이에요. 지금 다시 보니 제가 그때 굉장히 야심찼고, 젊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에서의 흥행을 특히 자랑스러워했다. “한국의 극장 환경은 너무 좋습니다. 이 영화에는 이런 관객, 이런 스크린이 필요해요. 영국 런던의 아이맥스에서도 영화를 봤는데, 한국만큼 좋지 않았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