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부자구단 중 하나로 꼽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매체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최근 “맨유가 이달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하려면 기존 선수의 매각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맨유 구단 고위층도 재정 위기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세계 최고 명문 구단임을 자랑해온 맨유가 왜 이같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스포츠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23일 맨유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를 자세하게 분석했다.
1월 이적 시장이 열렸지만, 맨유는 아직 어떤 선수도 영입하지 못했다.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맨유는 2024년 9월 말 기준, 1억 4960만 파운드로 넉넉한 은행 잔고를 보유했다. 디애슬레틱은 “문제는 이 돈이 맨유가 스스로 번 게 아니라 단기 대출을 받는 것으로 대부분은 경기장 및 훈련 시설 개보수를 위한 금액”이라고 전했다. 축구 클럽이 이적 시장에서 돈을 쓰려면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준수하는 것과 이적료를 지불할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다. 디애슬레틱은 “수익은 허상이고, 이익은 안정성이며, 현금은 현실이라는 말이 맨유에 점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맨유는 이미 영입한 선수들에 대해 이적료 3억 1900만 파운드를 지급하지 못했다. 그중 최소 1억 5400만 파운드는 1년 내에 지급해야 한다. 영국 축구 재정 전문가 키어런 맥과이어는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수준으로 생활하면서 유로파리그 수익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2022-23시즌 맨유는 총 1억 5900만 파운드 매출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자 지급, 시설 개선비, 이적료 지급으로 등 때문에 8600만 파운드 적자를 봤다. 디애슬레틱은 “2022-23시즌에도 4400만 파운드 적자를 기록하며 은행 잔고가 1억 2100만 파운드에서 7600만 파운드로 감소한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맨유는 2억 파운드를 신용 대출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메이슨 마운트, 안드레 오나나 등을 영입을 실행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남은 신용 대출은 2억 3000만 파운드다. 2028년부터 원금까지 함께 상환해야 한다.
맨유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치 데이 수익이 급감했다.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가 7만4310명 수용 규모를 갖춘 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팬데믹 이전 연간 2억 6400만 파운드 영업 현금 흐름은 이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배당금과 이자 지급도 맨유 살림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글레이저 가문은 2012~2022년 1억 6600만 파운드를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2005년 인수 이후 현재까지 지출한 이자 비용이 무려 7억 9000만 파운드가 넘는다.
유럽축구단은 유럽축구연맹(UEFA)가 마련한 재정 규정 준수(Financial Fair Play·PSR)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맨유가 이를 지키려면 비용 절감 및 선수 매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스콧 맥토미니를 2570만 파운드로 판 것도 2024-25시즌 재정 규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됐다. 맨유는 마커스 래쉬포드, 카세미루,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등 주요 선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금 4억 파운드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맨유는 최근 10년 안팎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에 머물고 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은커녕 최근 12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8강에 단 1회만 진출했다. 챔피언스리그 아래 단계 유럽대항전인 유로파리그 출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지 오래다. 유럽 대회 성과 부족은 상금 및 스폰서 수익 감소를 초래했고 결국 구단주의 개인 투자와 단기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조금씩 벌어들인 수익도 재투자가 아니라 주주 배당, 이자 지불에 쓰인다.
디애슬레틱은 “맨유는 과거 과도한 이적료 지출, 높은 부채, 글레이저 가문의 배당금 정책으로 인해 재정 위기에 처했으며, 현재는 비용 절감, 선수 매각, 외부 투자 유치 등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맨유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3위에 머물고 있다. 계속 부진하다면, 다음시즌 맨유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도 나서지 못하는 국내용 구단으로 전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