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079550)이 인수한 미국 사족 보행 로봇 업체 고스트로보틱스의 국내 판권을 가진 케이알엠(093640)(KRM·Korea Robot Manufacturing)의 주요 주주가 잇달아 이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2026년까지로 알려진 케이알엠의 국내 판권 계약 연장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나는 관측이 나온다. 주가도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2023년 1만 2000원 대에서 4000원 수준까지 빠졌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케이알엠 주요주주였던 제모피아인베스트의 지분율은 지난 17일 기준 0.32%로 지난해 중순 13.03% 대비 12.71% 포인트나 줄었다. 전환사채(CB)를 매도하거나 조기상환 청구권을 잇달아 행사한 결과다. 케이알엠 CB 만기는 2026년 6~7월로 아직 1년 6개월 가량 남았지만, 제모피아는 지난해 6월, 12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CB를 매도하거나 현금(주당 전환가액 약 6000원)으로 돌려받기로 결정했다.
제모피아가 일찌감치 케이알엠 CB를 현금으로 돌려받은 이유로는 지지부진한 주가가 우선 꼽힌다. 현재 케이알엠 주가는 4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LIG넥스원이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왔던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났다. 다른 주주인 페트라신기술조합제405호의 지분율도 이 기간 대폭 낮아졌다. 페트라신기술의 케이알엠 지분율은 지난해 6월만 해도 19.24%였다가 11월 0.17%까지 떨어졌다. 제모피아처럼 CB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건 아니지만, 다수 투자자에게 기존 CB를 분배하고, 조합을 해산하며 페트라신기술은 주요주주에서 이탈하게 됐다. 현재 케이알엠 최대주주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지분율은 20% 안팎이다.
주요 주주가 대거 지분을 처분하자 케이알엠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케이알엠은 LIG넥스원이 2023년 6월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의 국내 판권을 가진 코스닥 상장사다. 해당 판권 계약은 LIG넥스원 인수 전 체결된 것으로, 기한은 2026년까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케이알엠은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 60’을 통한 국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군용 로봇 납품부터 각종 관공서 보안 솔루션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모두 비전 60의 국내 판권이 보장된다는 전제 조건 하에 추진되는 사업으로, LIG넥스원이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회사의 핵심 정보 접근권이 있는 주요주주들이 계약 연장 불발 소식을 미리 전해듣고 일찌감치 ‘손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LIG넥스원 측은 케이알엠과 고스트로보틱스 간 계약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