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비대면 환경 속에서 주목을 받았던 메타버스 테마 인기가 급격히 사그라지자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줄줄이 상장폐지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이달 15일 신한자산운용의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 ETF’에 이어 20일 KB자산운용의 ‘RISE 글로벌메타버스 ETF’가 상장폐지됐다. ETF는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다만 주식과 달리 ETF 투자자는 상장폐지일 기준으로 순자산가치에서 보수 등을 뺀 금액을 돌려받는다.
RISE 글로벌메타버스 ETF와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 ETF는 메타버스 유행이 절정이던 2021년 12월과 2022년 6월에 각각 상장했다. 두 상품 모두 아마존·메타·알파벳·네이버 등 국내외 주요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수익률이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메타버스 테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사라지자 순자산총액이 6억 원, 35억 원 등으로 급감했고, 결국 상장폐지에 이르게 됐다.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 메타버스 테마 ETF는 이뿐만 아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메타버스MZ(50억 원)’,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40억 원)’에 이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메타버스액티브(40억 원)’ 등도 순자산이 상장 기준에 미달된 상태다. 국내 메타버스 테마 ETF 9개 가운데 순자산이 1000억 원을 넘는 건 단 2개뿐이다. 모두 메타버스가 한창 유행했던 2021년 말부터 202년 초 사이에 집중 상장됐다.
국내 ETF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코스피, 나스닥 등 시장 대표지수형 상품보다는 메타버스, 기후변화, 비만치료제 등 테마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대표지수형 상품은 일부 대형 운용사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용 보수도 낮은 만큼 투자자 관심을 끌기 위해 테마형 상품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투자자 입장에서 운용보수가 비쌀 뿐만 아니라 수익률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유행 중인 테마는 이미 투자 수요가 집중돼 있어 고평가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처럼 유행이 지나 상장폐지되는 사례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양자컴퓨터 테마에 대한 투자 주의도 필요하다. 양자컴퓨터 관련 테마는 2021년 말에도 등장해 한 달 만에 4배 급등했다가 급락한 바 있다. 최근에도 리게티컴퓨팅, 아이온큐 등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자 급락했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올해를 ‘양자 기술 준비의 해’라고 선언한 직후엔 급등하는 등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마형 등 특수유형 ETF로 운용자산 쏠림이 심해지고 자산 가치 대폭 하락까지 겹치면 ETF 시장과 이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업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전문영역과 상관없이 유행을 추종하는 전략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