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일정 중단”에 쌍권은 대전역서 내렸다…단일화 충돌 점입가경

2025-05-06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에 구체적 일정을 알리지 않은 채 6일 1박 2일 일정으로 영남을 찾았고, 시간이 촉박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김 후보를 설득하기 위해 대구행 KTX에 급히 몸을 실었지만, 이를 일방적인 단일화 압박으로 간주한 김 후보는 일정을 전격 중단하고 상경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날 김 후보는 게릴라전을 펼치듯 예측불허의 행보였다. 김 후보 측은 시·도당 관계자와도 연락하지 않고, 숙소를 비공개에 부치는 등 보안을 유지한 채 영남 일정에 나섰다. 그러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10분쯤 경북 경주에서 취재진에게 “저는 후보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은 (전날) 기습적으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했고, 이는 정당한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일정 중단은 전적으로 김 후보의 결단이었고, 우리도 몰랐다”며 “당원을 대상으로 7일 단일화 찬반 조사를 한다는 소식에 김 후보가 불쾌감을 느꼈는데, 당 지도부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우리쪽으로) 찾아온다고 하니 김 후보가 아예 일정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후보측은 당 지도부가 한 후보와 한 몸으로 움직이듯 일방적으로 극적인 대구 회동의 그림을 그린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반면에 ‘쌍권’(권영세·권성동)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대구행 KTX를 탔는데 열차 안에서 김 후보의 일정 중단 소식을 접했다. 이에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라는 탄식이 흘렀다. 당 관계자는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전역에서 중도 하차했다”며 “일부러 대구까지 내려가 어떤 식으로든 타협점을 찾으려 했는데 김 후보가 너무 일방적이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한 후보측도 바삐 움직였다. 당 지도부가 대구로 내려간다는 소식에 캠프 참모진은 한 후보에게 “(후보님도) 직접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요청했지만, 한 후보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대신 한 후보는 “단일화 여부는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먼저 풀어야 할 문제다. 단일화 방식도 그쪽에 전적으로 일임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대신 흠결 있는 단일화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 후보측 관계자는 “흠결 있는 단일화란 김 후보를 고의적으로 눌러 앉히는 단일화로 (참모진은) 받아들였다”로 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 측은 계속 삐걱댔다. 김 후보는 오전 입장문을 내고 “당은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당 운영을 강행하며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8~9일 전국위, 10~11일 전당대회를 개최한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에 전국위, 전당대회 개최를 통보했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라디오에서 “김 후보는 단일화가 여의치 않으면 (전대를 통해) 김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것 아니냐고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도 맞불을 놨다. 권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당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의 단일화 약속을 믿고 선택했는데, 이제 와서 신의를 무너뜨리면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목표 시한(11일) 내에 단일화에 실패하면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권을 장악하고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노리는 사람이 단일화에 부정적이라는 이야기까지 돈다”고 김 후보 측근 그룹을 겨냥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김 후보가 올 때까지 밤샘 의총을 열자”는 주장도 나왔다. 초·재선 의원 대표인 김대식·엄태영 의원은 이날 경북 경주에 내려가 김 후보를 만나 단일화를 설득하기도 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십시오”라고 썼다.

양측의 충돌에는 단일화 시점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가 자리 잡고 있다. 당내에선 김 후보의 강공에 11일을 넘겨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한 후보보다 인력·재정 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본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전투로 치면 김 후보는 보급(정당 보조금)을 받고 싸우는데, 한 후보는 벌판에 홀로 있는 셈”이라며 “김 후보 측은 시간을 끌수록 한 후보를 고사 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후보 측 인사는 “단일화가 빠르면 좋지만, 재외 선거 전날인 19일이나 투표용지 인쇄 전인 24일까지만 이뤄져도 된다”며 “단일화는 막판에 성사돼야 효과가 큰데,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11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내에는 김 후보를 성토하는 의원이 더 많지만, 김 후보 곁에는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원외 측근 그룹이 있다.

단일화를 둘러싼 충돌이 길어지면서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인사는 “김 후보와 한 후보가 가만히 있어도, 후보 주변 인사들의 강경 발언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결국 꽉 막힌 단일화의 키를 쥔 두 후보가 직접 매듭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이재명 후보에게 지지율이 크게 밀리는 구도에서 단일화 갈등까지 길어지면서 국민의힘을 둘러싼 유권자의 피로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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