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위성망을 활용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올 상반기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타링크에 이어 유럽 위성통신업체 유텔셋 원웹도 서비스 개시를 앞뒀다. 지상망이 도달하지 못하는 해상·상공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군(軍) 작전능력 향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은 고도 1100㎞~1300㎞ 구간 비정지궤도위성과 통신하는 이용자 단말 지구국의 기술기준 신설을 위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원웹의 단말기를 국내에서 쓸 수 있도록 기술기준을 정비한다는 의미다. 행정예고는 올해 3월 4일까지다. 원웹은 이후 국경간 공급협정 승인과 유닛 테스트를 거쳐 상반기 내 본격 사업에 나선다.
원웹의 저궤도 위성은 군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시스템은 전시나 재해로 지상망이 파괴될 경우를 대비해 원웹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군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한다.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작전 영역에서 끊김없는 통신을 제공해 다영역 동시통합작전수행(MDO) 능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원웹의 저궤도 위성망과 육해공군의 기존 전술망을 연동한 군 전용 통신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이 원웹과 유통 계약을 맺었으며 인텔리안테크가 유저 터미널을 공급한다.
이보다 앞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도 국내 상륙을 앞뒀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7일 스타링크 서비스의 국경간 공급협정 승인을 위한 주파수 이용 조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조건에는 국내 위성 보호, 타 사업자와 주파수 공유 협조 의무, 지표면 전파 보호 등이 포함된다.
이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 2분기 국내 서비스가 예상된다. 스타링크 위성군은 원웹보다 낮은 고도인 650㎞ 이하에서 공전하며 초고속 실시간 통신을 제공한다.
원웹이 기업·정부간거래(B2G) 사업이 중심이라면 스타링크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SK텔링크·KT SAT·LG유플러스와 손잡고 해상 선박을 중심으로 위성 인터넷을 제공할 계획이다. 원양어선 등이 핵심 타깃이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 기반의 해양위성통신서비스(MVSAT)보다 고도가 낮아 저지연·고속통신이 가능하다.
국내는 지상망 커버리지가 잘 갖춰진 만큼 당장 통신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운항선박 등 차세대 모빌리티가 활성화될 경우 저궤도 위성통신 쓰임새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국내 스타링크 이용자가 매년 1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 첫 해 2000여명에서 5년차에는 누적가입자가 7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도 규제영향분석서에서 “통신망 구축이 힘든 도서산간·해상 등 지상 음영지역 해소와 통신방식의 다양화로 일반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정책보고서를 통해 “현재로서는 저궤도 위성통신이 기존 통신의 보완재로 역할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위성통신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