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급 말맛, ‘윗집 사람들’

2025-11-25

■편파적인 한줄평 : 훅 치고 들어와서, 찡하게 때리네?

19금 말맛이 말벌 급이다. 훅 치고 들어온다. 자유분방한 성담론으로 정신없이 쏘이는데, 클라이맥스에선 이상하게 찡하다. 관계(sex)로 관계(relationship)의 안녕을 묻는, 영화 ‘윗집 사람들’(감독 하정우)이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색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이 원작이며,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를 연출한 하정우가 이번에도 메가폰을 쥐었고, 주연이 아닌 조력자 캐릭터로 양념을 친다. 여기에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가 합세해 하룻밤 소동극을 완성한다.

색깔이 분명하다. 작품으로선 강점이다. 한번 본 관객들에겐 똑똑하게 각인된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성에 관한 자유로운 대사들이 매섭게 쏟아지는데, 상황을 비틀어 코믹한 맛을 더해 그 무게를 덜어낸다. 어이없어서 픽하고 웃음이 터지면, 그때부턴 민망할 수 있는 성에 관한 이야기들에 경계가 조금 풀린다. 선정적으로 풀어내지 않은 것도 현명하다.

단순한 19금 소동극으로 끝나지 않고, 부부 관계에 대한 따뜻한 질문을 던진 것도 영화의 미덕이다. 4년째 쇼윈도 부부처럼 사는 아랫집 부부 ‘정아’(공효진)와 ‘현수’(김동욱)가 괴상한 윗집 부부의 방문 끝에 서로를 진정 바라보게 된다는 구조가 튀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진다.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어쩌면 윗집 부부 캐릭터를 성인판 ‘유미의 세포들’처럼 느끼는 이들도 있겠다.

물론 이 ‘19금 소재’는 상업적으론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청불 등급을 받아 관객 타깃층이 좁아졌을 뿐더러, 관객의 입장에서는 누구와 함께 극장에서 볼 것인지 고민이 될 터다. 또한 귀 터지도록 많은 분량의 ‘코미디 대사’들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이야기가 너무 불편하지 않게끔 판을 깔아준 건 공효진과 김동욱의 열연 덕분이다. 일상 연기에 최적화된 공효진은 낯선 제안을 받은 ‘정아’의 리액션을 있을 법하게 그려낸다. 중간에 정아의 감정선 변화가 살짝 모호해질 때에도, 공효진이 연기력으로 커버한다. 그 옆에서 황당해하며 감정이 점점 고조되는 ‘현수’는 보통의 관객 마음을 대변한다.

하정우가 주연 아닌 양념 구실의 ‘김선생’을 연기한 건, 감독으로서도 최선의 선택이다. 그가 전면으로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하정우 감독 표 영화’의 색깔이 뭔지 선명해진다. 이하늬의 코믹 호흡은 늘 그렇듯, 좋다. 다만 중간 카메오로 등장한 오달수는, 캐릭터 때문에도 신경쓰인다. 다음 달 3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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