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다니와 트럼프, 뜻밖의 브로맨스…“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2025-11-23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과 뼛속까지 ‘자본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 서로를 “공산주의자” “파시스트”라 공격해왔던 두 사람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미 언론들은 “초현실적 광경이 펼쳐졌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맘다니 당선인과 39여분간 회동을 가진 후 취재진에게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동의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내 지지자 중 일부도 그를 찍었다”며 “난 그가 잘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그가 잘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폭군’ ‘파시스트’란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취재진이 맘다니 당선인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폭군’보다 더 심한 말로도 불려봤다” “나를 ‘파시스트’라 말해도 된다. 그게 해명하는 것보다 쉽다”며 그를 보호해주기까지 했다.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선 맘다니 당선인은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뉴욕의 생활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 모습을 생중계하던 폭스뉴스 진행자는 둘의 만남이 ‘사랑의 축제’ ‘존경의 축제’ 같은 분위기라며 “J D 밴스 부통령이 맘다니를 질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에게 반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은 뉴욕의 두 얼굴을 대표하는 극과 극의 인물들이다. 뉴욕에서 ‘부동산 제국’을 일궈낸 트럼프 대통령이 자본주의를 상징한다면, 임대료 경감을 앞세운 맘다니 당선인은 뉴욕의 세입자를 대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찍으라는 선거개입 발언까지 불사하면서, 그가 당선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라 비판해 온 맘다니 역시 당선소감을 통해 “트럼프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하지만 둘은 사실 차이점만큼이나 비슷한 점이 많다. 포퓰리즘 언어를 구사하는 두 정치인은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 공화당과 민주당 주류로부터 외면받았지만 본능적인 정치적 감각을 지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둘은 이번 첫 만남에서 범죄·이민·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을 차치하고, ‘생활비 부담 경감’이라는 공통의 관심사에 집중했다. 뉴욕시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맘다니 당선인과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 ‘물가는 트럼프 대통령 탓’이라는 응답이 62%를 기록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32%)의 두 배로, 더 이상 전 정권 탓이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를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경감을 내세워 뉴욕시장을 거머쥔 맘다니 당선자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반사 이익을 얻으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평론가인 몰리 종 패스트는 MSNBC에 “트럼프는 맘다니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백악관의 젊은 직원들을 봤을 것”이라면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말했다.

이날 둘의 화기애애한 회동에 가장 당황한 것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맘다니 당선인에게 민주당의 ‘새 얼굴’이란 프레임을 씌운 후 그를 ‘악마화’하는 전략을 펼치려 했던 공화당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의 첫 만남은 그를 ‘극악한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을 수 있는 최적의 무대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 당선인을 ‘유능한 정치인’으로 인정해버림으로써 공화당의 선거 전략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치적 행보를 놓고 볼 때 그와 맘다니 당선인의 허니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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