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영 시인(1921~1968)의 부인 김현경 여사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
고인은 경성여자보통학교(현 덕수초등학교)와 진명여고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10대 문학소녀 시절 네 살 연상인 ‘문학선생’ 김수영을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며 1950년 결혼했다. 결혼 직후 한국전쟁이 발발해 김수영이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2년 6개월 만에 풀려나고, 이 일로 인해 서로 떨어졌던 두 사람은 1954년 다시 만나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고인은 김수영 시인의 시 초고를 받아 정서하며 시평했던 문학동반자이기도 했다. 김수영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남긴 시 ‘풀’ 초고를 원고지에 옮겨 적었고, 김수영의 시들을 세상에 널리 알린 사람 또한 고인이었다. 예술적 감각이 있었던 고인은 1960∼1970년대 의상실을 경영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인은 김수영 시인의 사후 45년 만인 2013년 김수영과의 기억을 풀어낸 산문집 ‘김수영의 연인’(책읽는오두막)을 펴냈다. 지난해에는 고인의 구술을 바탕으로 김수영의 생애를 재구성한 김수영기념사업회 홍기원 이사장의 산문집 ‘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어나더북스)도 출간됐다.
유족으로 아들 김우씨, 딸 김선주씨 등가 있다. 빈소는 성남 분당제생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5시30분, 장지는 천주교용인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