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매출 12% 급증했지만…'13조' 소비쿠폰 회의론 여전

2025-08-06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지난달 21일 전국민에게 본격적으로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시행 첫 주부터 소상공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편으로 정부가 소비쿠폰 발행을 위해 13조원대의 국채를 발행했는데, 소비효과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통상 소득 하위층과 달리 중상위층으로 갈수록 기존 소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현금살포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국채 발행으로 재정을 투입한 만큼, 미래 세대의 세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소비진작의 일환으로 내놓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지급 직후 소상공인 매장을 중심으로 매출 진작 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지난 4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쿠폰 정책이 시작된 1주차(7월 21~27일) 전국 소상공인의 평균 주간 카드 평균 매출액은 전주 대비 약 2.2% 증가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견주면 약 7% 증가했다.

KCD가 분류하는 업종을 기준으로 보면 '유통업'의 매출 증가 폭이 가장 컸는데, 1주차 유통업종의 평균 매출은 전주 대비 약 12% 급증했다. 세부적으로 안경점 매출액이 전주 대비 약 56.8% 급증해 가장 큰 평균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패션·의류 분야의 매출이 28.4% 증가했으며, △면요리 전문점 △외국어 학원 △피자 △초밥·롤 전문점 △미용업 순으로 매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서비스업 매출은 전주 대비 평균 매출이 감소했다.

지역 및 광역 단체별로 살펴보면 △경남 △전북 △강원 △충남 △울산 △대구 순으로 전주 대비 매출이 증가했으며, 서울과 제주에서는 상대적으로 평균 매출이 감소했다.

KCD 측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서민·지방의 소비 역량 증대를 통해 소상공인 매출 증가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유통, 외식, 미용 분야 등 생활 밀착 업종에서 뚜렷한 매출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전망 '긍정적'

이 같은 소비진작효과를 증명하듯 경영부진에 허덕이던 소상공인들도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7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8월 경기를 전망하는 지수가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는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의 소상공인·전통시장 업장 37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업종별로 소상공인은 전월 대비 0.5p 상승한 76.7, 전통시장은 3.1p 상승한 73.0으로 나타났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인데, 소상공인(69.0%), 전통시장(88.5%) 업주들은 '정부 지원 요인'을 가장 유력하게 꼽았다.

소비쿠폰 도입을 주도한 이재명 대통령도 소비효과 진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내비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내수진작을 위한 조치가 분명한데, 코로나19 때도 경기도에서 선제적으로 지역화폐 10만원을 지급한 경험이 있고 이후 정부에서도 했다"며 "당시 정부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승수, 소비유발효과가 굉장히 크고 골목상권 자영업자나 지방경제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소득 지원 효과, 소득 재분배 효과도 확실하게 크다"며 "엄청난 부자에게 10만원이 크진 않지만, 부족한 사람에게는 50만원이 엄청나게 큰돈으로 재분배 효과도 있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소비쿠폰이 올해 성장률을 약 0.1%p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계소비성향이 저소득층은 0.5, 고소득층은 0.1 수준"이라며 "차등 지급 구조를 반영한 분석 결과, 성장률을 0.1%p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회의적 시각 팽배한 연구기관·증권가

하지만 정부가 추경 편성으로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과거 국책연구기관에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020년 12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분석에서 재난지원금이 특정 사용가능업종에서만 일시적으로 도움됐을 뿐, 경기 전반적으로 반등 효과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총 14조 2000억원의 자금을 풀었는데, 당시 KDI는 지원금 사용가능업종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지원금 지급(5월 11일~6월 21일) 후 약 4조원(투입 재원 대비 약 26.2~36.1%)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모든 업종에서 고루 소비진작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준)내구재와 필수재에서는 큰 폭의 매출액 증대를 맛봤지만, 코로나19 전염병 공포로 인해 여행업과 대면서비스업 등에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까닭이다.

송인호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도 최근 한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당시 정부 주도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대부분의 가구가 평소 하던 소비를 지원금으로 대체했을 뿐, 새로운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추가 소득을 소비로 전환하려는 소득 하위층과 달리 중상위층은 기존 소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평가의 요지다. 이에 전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방식이 필연적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송 소장은 "13조원이라는 예산을 민생 지원금에 투입했다는 것은 같은 금액을 다른 분야에는 투입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이 비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는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투자는 지속 가능한 결과를 남긴다"며 "(현금 분배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심리가 살아난다, 내수가 움직인다' 제하의 보고서에서 "향후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상황의 개선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최근의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추경 효과가 단기적 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 및 물가 안정,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등 실질 소득 여력이 확충될 수 있는 보완적 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증권가에서도 최근 추경으로 단기적 소비진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국내 대표 편의점업체인 'BGF리테일'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급을 포함한 2차 추경은) 단기적으로 편의점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추경에 기반한 소비진작 효과는 단기 기회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비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는 소비환경이 마련될 때 실적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기존 편의점 소비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실제 추가 매출증가로 이어지는 금액은 추정금액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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