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진 무역보험공사 사장 “2025년 중견기업 육성·신사업 발굴 등 적극적 금융 펼칠 것” [세계초대석]

2025-03-04

中企 프로젝트 지원서 역할 확대 꾀해

해외 바이어에도 금융 제공 거래 주선

美 보호주의 위기 기회로 반전시켜야

수출기업 해외 시설 이전 전방위 지원

중견기업 등 무역보험료 최대 90% 할인

환변동보험도 2024년 2배인 3조원 투입

韓 수출 환경 악화에 신시장 개척 절실

우크라 등 재건시장 진출 디딤돌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수출 대국 한국을 둘러싼 무역·통상 불확실성이 역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도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처지다. 급변하는 무역 환경 때문에 환율도 불안해졌다. 수출 잘해봐야 환차로 손해를 입을 위험 또한 증가한 것.

이런 때 기댈 곳 중 하나가 무역보험공사(무보)다. 장영진 무보 사장은 공사 역할을 자동차보험에 빗댔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가 처리해주듯 수출자(기업)가 수입자(해외 바이어)로부터 제때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해도 피해를 보전해주는 게 공사의 역할이라는 얘기였다.

무보는 이렇게 수출기업은 안심하고 수출하고, 수입하는 바이어와는 거래를 신규·확대 체결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 제품 구매를 전제로 해외 바이어에게 금융을 제공해 수출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달 발표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에서도 무역금융 366조원 중 257조원을 무보가 공급하는 등 무보의 역할이 강조됐다. 이제 무보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서 한 발 나아가 중견기업을 육성하고 먼저 신사업을 발굴해 바이어와 연계해주는 적극적 금융기관으로 변모도 시도 중이다.

지난해 3월18일 취임해 곧 1년을 채우는 장 사장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나 올해 사업 계획과 지난 소회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무역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에게 분명한 위기상황은 맞지만, 과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 제정 당시에도 걱정 많았지만 업계와 정부가 노력해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고 미국시장 점유율을 늘린 경험도 있다. 이번에도 전반적인 관세율이 높아지면 미국과 전반적인 교역량이 줄더라도, 철강 수출에 쿼터가 없어지는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부분도 있어 위기를 반전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수출기업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길 때도 지원한다. 어떤 방식인가.

“공급망 재편 및 수출구조 다변화로 기업들은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럴수록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수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현지법인에 맞춤지원은 적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현지화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무보는 현지법인 설립부터 영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려 한다. 올해 현지법인 설립에 2조원 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11월 현지법인의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신규 도입해 포스코인터내셔널 싱가포르법인이 1호 지원 대상이 됐다. 무보가 보증해줘서 금융비용을 낮추고 기업 부담도 줄었다.”

―비상수출대책에서 중소·중견기업에 100조원 이상을 지원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수출 지원은 중소기업 대상 정책 비중이 높고 중견기업과 대기업 비중은 낮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중견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취임하자마자 중견기업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지원규모도 키웠다. 훌륭한 중견기업이 많지만 내수 위주인 곳이 많다. 2억달러 규모로 상대적으로 작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중견기업에 소개하고, 우리나라 은행도 여기 참여시켜서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비용이 제도 이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올해 중소·중견기업에는 무역보험료를 최대 90%까지 할인해 제도 접근성을 대폭 강화하려 한다.”

―고환율로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무보가 운영하는 환변동보험 특징과 올해 예정된 변화는 무엇인가.

“외화로 무역 거래를 하는 수출입 기업은 수출계약 시점에서 환율이 변하면 손익이 발생한다. 계약 당시 환율보다 대금을 받을 시 환율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하면 차액을 채워주고, 환율이 올라 차익을 거두면 그만큼 무보에 납부해 손익 변동 위험을 줄이는 제도가 환변동보험 제도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수요가 더 몰려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3조원을 환변동보험에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입업체 부담이 커져 산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하려 한다.”

―무보의 역할이 중소·중견기업 수출에 필수적이겠다.

“전체 수출 중소·중견기업 중 무보 이용률이 지난해 말 기준 27.8%이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자동차 산업 등은 바이어가 확실해서 리스크가 작아 무역보험 수요가 낮다. 이를 제외하고 보면 전체에서 27.8%라는 수치가 결코 낮지 않다. 지난해 이용 기업 수가 4만6000개로 늘어 사실상 수출기업 절반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무역보험은 237조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97조원을 지원해 우리나라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인 6837억달러 달성에 기여했다.”

―최근 원전, 방산,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좋았다. 무보의 지원 계획은.

“방산과 조선산업은 향후 몇 년간 상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산업도 세계적으로 전력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지며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다만 플랜트는 우리나라가 중동 프로젝트 위주로 수주했는데 중국 등 후발주자의 수주 경쟁력이 높다. 기업이 직접 수주한 플랜트 프로젝트는 당연히 무보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우리도 선제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내 우리 기업에 연결하려 한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발주처에 구매자금 제공 여부가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보는 과감한 금융지원으로 우리 기업의 수주를 견인하려 한다. 일례로 올해 캐나다 한 통신업체가 무보 금융지원으로 국산 제품을 구매했고 지난해 베트남 석유가스공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우리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키웠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며 강화해야겠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해외지사 신설 및 기능 강화 필요성을 느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워싱턴 지사를 개소하려 한다. 워싱턴 지사를 설치하면 미국 내 정책동향 및 세계은행 등의 해외 프로젝트 지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무보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한 경험도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도 보유해 앞으로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 밖에 국제기구와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국제기구는 많은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다. 국제기구와 협력을 강화하면 우리 기업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기회를 키우고, 무보는 상대적으로 작은 리스크를 부담하고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

―올해 수출 전망이 좋지 않다.

“올해 전반적으로 보호무역주의, 미국발 상호관세, 제3국 경쟁 격화로 수출 환경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단기 전망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런 추세를 반전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10년째 우리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등 어느 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 기존 주력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중국·베트남 3대 국가 수출 비중이 47%에 달한다. 수출 대상국의 경제 상황이나 특정 산업의 부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젊은 인구가 많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기업들을 만나보면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곳이 많다. 무보의 역할은 과거보다 무역보험 지원을 확대해 신시장 개척을 돕는 것이다. 비상수출대책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재건 시장에 무보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별 위험등급에 따라서는 평소 지원이 어렵던 위험지역이지만, 이번에는 재건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취임한 뒤 한 해를 보낸 소회는.

“조직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현장 중심으로 사고하라고 구성원에게 강조했다. 현장에 많이 나가서 기업과 고객 얘기를 듣고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상품 구성이나 협상 때 요율 등을 유연하게 조정하라고 한다. 결국 외국 보험사보다 우리가 가격 체계가 유연하지 않으면 손님을 빼앗기고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노력의 성과가 지난해 중소기업 지원 실적 97조원에 고객 수 4만6000여개사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중소기업 담당자가 아니어도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룩한 성과다.”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1966년 경북 포항 출생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제35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2024년 3월∼)

대담=나기천 산업부장, 정리=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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