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국내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을 감사해왔던 감사원이 지난달 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의 일부 외교·안보 고위직 인사들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사드 배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 등이 포착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정식으로 배치하려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동안엔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 기간 사드는 성주 기지에 임시로 배치돼 제한적으로 운용됐고, 인프라 등 제반시설 건설에 어려움을 겪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10개월만인 지난해 6월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사드 배치를 정상화했다. 이번에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자 여권에선 "지난 정부의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 일부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7월 전직 군 장성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사드 배치 관련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미룬 의혹이 있다’며 공익 감사를 청구하며 시작됐다. 예비역 장성단은 사드로 인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님에도 관련 결과를 감추고 문서를 파기했단 의혹도 제기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민의힘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7월 사드 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구성과 관련해 ‘계획된 VIP(문 전 대통령) 방중에 영향이 불가피하며 연내 추진이 제한된다’고 적힌 2019년 12월 3일 국가안보실 회의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 23일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당시 청와대는 “시진핑 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방한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국방부·외교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사드 배치 지연 의혹 감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감사에선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이른바 ‘3불(不) 1한(限)’을 중국에 약속했는지는 정책 결정 사항이란 이유로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3불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1한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도록 사드 운용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여당은 문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지연을 ‘1한’이라 주장해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구체적 감사 내용 등에 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