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로 선 현대모비스, '로봇과 반도체'로 승부수 띄워

2025-08-28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자동차 부품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현대모비스가 지난 27일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비전의 핵심이다. 이규석 사장이 직접 제시한 미래 전략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로보틱스와 차량용 반도체라는 두 개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담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지형 속에서 현대모비스가 단순히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로봇의 ‘관절’을 만드는 새로운 도전,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

현대모비스의 미래 전략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로보틱스 액추에이터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점이다.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액추에이터가 전체 제조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현대모비스는 왜 갑자기 로봇에 뛰어들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기술 시너지에 있다. 액추에이터는 모터, 감속기, 제어부로 구성되는데, 이는 차량의 전자식 조향 장치와 기술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현대모비스는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자동차 부품 개발 및 양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봇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현대모비스는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센서, 제어기, 핸드그리퍼(로봇 손) 등 로보틱스 부품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로봇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SDV 시대의 핵심,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전략

미래차는 단순히 바퀴 달린 기계가 아닌, '달리는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활성화되고 관리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에는 고성능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 흐름에 맞춰 반도체 독자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에어백, 모터 제어,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용 전원 반도체 등 총 16종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올해 양산 수량만 2천만개에 달할 정도로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SDV 제어에 필수적인 통신용 SoC(System on Chip)와 배터리 관리에 중요한 배터리 모니터링 반도체(BMIC) 등 차세대 반도체 11종을 개발 중이다.

이러한 기술 내재화는 외부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K-자동차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음 달 9월말 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내 반도체 산업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관련 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관세 압박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실적 성장 목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현대모비스에게도 큰 도전 과제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압박은 하반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관세라는 외부 변수에도 현대모비스가 견고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모비스는 수익성이 높은 핵심 부품의 가격을 인상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재편해 관세 비용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24~25%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A/S(애프터서비스) 사업부는 전 지역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대모비스는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 8% 이상, 영업이익률 5~6%를 달성하고, 2033년까지는 글로벌 고객사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한 투명한 약속

현대모비스는 미래 성장과 더불어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위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올해 현금 배당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되, 중간 배당을 기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대폭 늘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1630억 원 규모였던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은 올해 6100억 원 수준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과감한 조치로, 주주 친화 경영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규석 사장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주주 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주들과의 신뢰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양산 계획은 추가적인 논의 후에 세부적인 결과로 표출 될 예정이다"라면서 "앞으로도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다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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