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턴키 원스톱 솔루션’ 장착한 제니스일렉트로닉스, “불황 무풍지대, ‘AI·ESG’ 겨냥”

2025-08-28

‘격변’ 전자부품 시장...겹겹이 쌓인 ‘위기’와 ‘도전’

최근 글로벌 전자부품 시장은 ‘초(超)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PC, 가전제품,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팬데믹 종식 후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재고 폭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예상치 못한 수요 급증에 대비해 부품을 과도하게 확보했던 기업들이 경기 둔화와 맞물려 엄청난 재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재고 문제와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전자부품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이나 소수의 공급처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류비 상승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됐다.

특히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투자와 규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때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업계는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진입조차 어려운 기술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며 이러한 독점적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전자부품 시장 신성(新星)’ 제니스일렉트로닉스, 기술적 차별성 앞세워 시장 겨냥

전자부품 유통 업체 제니스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태우 대표에 따르면, 창업 1년 만인 2019년 7억 원, 이듬해 1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 2022년에는 108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매출 100억의 벽을 깼다.

사측은 기존 비즈니스인 단순 부품 유통에 그치지 않고, 각 고객사가 요구하는 부품 조달에 집중했다. 연이어 전자부품 생산·조립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올턴키(All-Turnkey) 원스톱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다. 공기청정기 관련 부품, 후방 카메라 블랙박스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회로기판(PCB)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맞춤형 서비스는 이미 많은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김태우 대표는 “이를 통해 고객사들이 자체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사가 특정 제품 개발을 의뢰하면, 그에 맞는 부품을 수배하고 PCB를 따로 설계해 완제품 보드까지 생산해 제공한다”며 “이는 관련 조직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각 중소기업에 커다란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김 대표는 비용 절감의 구체적인 사례로 금형 분야를 언급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제작 비용이 발생하는 금형을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획기적으로 줄여 공급한 사례를 내세웠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 또한 회사의 핵심 역량임을 내비쳤다.

위기 속 새로운 돌파구...우주항공·방위로 눈 돌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자부품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PC 수요가 폭증했고, 이는 반도체 품귀 현상과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기업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과잉 주문을 냈고, 팬데믹이 끝나자 재고 부담이라는 거대한 짐을 떠안게 됐다. 산업 전반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과잉 재고와 수요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분석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는 “지금은 버티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 일환으로, 최근 항공우주산업 품질 경영 시스템 ‘AS9120’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항공우주·방위로의 산업 분야를 확장하는 사측의 전략을 보여줌과 동시에, 해당 분야 고객사에 부품을 유통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국내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방위산업 분야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활발한 영역으로 분석된다”며 “AS9120 등 국제 표준 인증을 통해 방위산업체를 새로운 타깃 분야로 삼아 집중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방산 분야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이 분야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상생과 협력의 시너지...관건은 ‘산업단지 고도화’

김태우 대표는 기업가로서의 시각뿐만 아니라, 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KIBA) 서울지부 부회장으로서 산업단지 전체의 혁신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산업단지들은 노후화와 인력난은 물론, 경기 불황으로 인한 공실률 증가와 부동산 매각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며 위기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상생’과 ‘협력’을 강조한다. 그는 산업단지공단, 행복경영대학교, 연세대학교 공학 최고위 과정 등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관련 이해관계와 교류하며 경영의 어려움을 나누고 해법을 찾는다. 그는 “금융·법무·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산업단지 성장과 자사 성장에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KIBA 내 ESG 분과에서 적극 활약하고 있다. 그는 “많은 산업단지 입주업체가 ESG 경영을 도입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시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덧붙여 “환경 보호 비전, 투명한 지배구조, 직원들과의 상생 문화 등을 구축하는 것은 이미 현시점 기업인들에게 필수 덕목”이라고 언급했다.

AI 시대의 도전, 그리고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로드맵

AI 시대를 맞아, 김태우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AI 산업의 핵심인 GPU는 한 세트당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해 중소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시장으로 인식된다. 그는 “AI GPU를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AI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김태우 대표가 강조하는 전략은 역량 확장이다. 사측은 오랜 기간 축적한 부품 유통 노하우와 원스톱 솔루션 기술력을 활용해, AI 관련 분야를 지원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앞서 언급한 방위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모색하며 연구개발(R&D)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중이다.

제니스일렉트로닉스의 올 하반기 계획은 명확하다. AS9120 인증을 기반으로 방위산업 시장에 집중하고, 올턴키 원스톱 솔루션을 고도화해 고객층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끝으로 김 대표는 “회사의 생존과 성장은 물론, 협력과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단지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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