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에도 미·중 갈등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에도 중국의 구매 제한 조치에 인공지능(AI) 칩셋 H20 납품이 멈춘 데다 향후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매출 증발에 데이터센터 매출까지 기대를 밑돌며 AI 인프라 투자 거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2분기(5~7월) 매출 467억4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1.0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6%, 59% 늘어난 수치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매출 460억6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1.01달러를 각각 상회한다. 하지만 시간외거래에서 주가는 3.14% 하락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411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6% 늘었으나 시장 예상치인 413억 달러를 밑돈 데다 중국 판매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서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H20 수출 허가에도 아직까지 선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주요 기업에 H20 수입을 금지한 까닭이다. 이에 3분기 실적 전망에서 H20 매출을 제외했다. 지난 분기 금수 조치로 손실 처리한 45억 달러 규모의 재고 중 해외 판매한 액수는 1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이뤄진 콘퍼런스콜에서 “정부와 회사들 간 지정학적 문제와 결정이 오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어 현재로서는 H20 판매 전망과 중국 매출이 불확실하다”며 “문제가 해결된다면 3분기 20억~50억 달러 상당을 출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국 AI 칩셋 시장 규모가 500억 달러에 달하고 연 50% 성장이 예상된다며 중국 공략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이며 중요한지를 설득하겠다”며 “고성능 칩셋인 블랙웰의 중국 판매 실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한 답답한 심정은 감추지 못했다. 엔비디아 측은 “미국 정부가 H20 판매 수익 15%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법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소송 제기, 비용 증가, 경쟁 지위 손상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미중간 ‘협상 카드’로 활용되면서 AI 인프라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수출 규제 완화에도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회복되지 않으며 AI 시스템 투자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