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얼굴’·AI ‘중간계’, 韓 영화계가 꿈틀거린다

2025-10-16

침체에 빠졌던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들이 불어오고 있다. ‘투자 받을 곳이 없다’며 주체 못할 제작비에 발 동동 구르기만 하던 업계에, 두 작품이 뜻밖의 활로를 제시해 관심을 받고 있다. 제작비 2억원으로 큰 흥행을 이룬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과, AI 활용으로 CG 제작비 절감은 물론 제작 기간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한 ‘중간계’(감독 강윤성)가 그 주인공이다.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권해효)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신현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상호 감독이 제작 단계서부터 초저예산 영화로 기획해, 20명 가량의 최소 규모로 스태프들을 꾸리고 배우들과도 러닝개런티 계약을 하며 2억원으로 제작을 마무리해 화제가 됐다.

연상호 감독은 “기존 투자배급사에서 거절한 아이템이라 내 제작사 돈만으로도 제작해 개봉시키고 싶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단 13회차 촬영으로 완벽하게 끝내야 했다. 스태프들, 배우들과 평소에도 친분이 있고 합을 맞춰본 터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얼굴’은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얼굴’은 누적관객수 106만8262명을 달성했는데, 이는 손익분기점 5만명의 20배에 달하는 수치다. 홍보비와 기타비용을 제하더라도 8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셈이다. 늘 제작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제작사들에게는 눈 여겨볼만한 새로운 사례기도 하다.

‘중간계’는 AI 활용으로 제작비와 기간을 단축했다.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그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 간의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로, ‘파인: 촌뜨기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AI연출자 권한슬 감독과 손 잡고 국내최초 AI 상업영화를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CG효과를 AI기술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질감은 그리 크지 않다. ‘중간계’라는 가상의 세계 속 크리처들 디자인을 모두 AI로 만들었는데, 기존 CG 작업으로 1년 이상 걸릴 기간을 AI 작업 단 한달 반만에 완성해내 비용과 시간 모두 절감했다. 블록버스터물임에도 손익분기점 20만명일 정도로 적은 제작비로 괜찮은 상업영화 한편을 뚝딱 완성해냈다.

강윤성 감독은 “AI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 적은 예산 안에서도 블록버스터 급 CG효과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해내고 싶어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영화들 제작비가 100억원 이상이 들어갈 때도 있는데, 상황이 어려울 땐 투자를 받기 어렵다. 그럼 크리에이터가 제작비를 구할 수 있는 선에서 상상력에 제한을 두게 되고 장르도 더 좁아지는 것”이라며 “AI 툴이 있다면 비용과 기간이 절감되므로 다양한 영화들이 기획 될 수 있다. ‘중간계’가 상업적으로도 성공한다면, 그 가능성을 보고 또 다른 산업에서도 영화계에 투자할 거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 두 작품으로 인해 앞으로 영화계에 어떤 변화들이 활발하게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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