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출 원료가 불분명한 액상니코틴을 수입한 회사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부과한 부담금 처분과 관련해, 법원이 일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에 한정되며, 연초 잎 추출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A회사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1일 “A회사에 부과된 부담금 중 2억 9856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회사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 용액을 수입했다. A회사는 세관에 해당 니코틴이 연초의 대 줄기에서 추출된 것으로 담배가 아니다는 취지로 수입신고를 했다. 이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세관장은 해당 물품이 담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2021년 11월 A회사에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및 가산세를 부과했다. 이후 해당 부과처분 사실과 함께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누락을 복지부에 통보했다. 이에 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A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5억 1095만 원을 부과했다.
A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회사는 △연초의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가 아니라는 점 △말레이시아 제품은 추출회사가 미상이고, 연초 잎 사용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점 △부담금 규모가 수입가액의 20배에 달해 과도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A회사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중국산 니코틴 제품은 담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해당 부담금 부과는 적법하다고 봤다. 이어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징수는 보건복지부에 재량 행사 가능성이 부여되지 않는 기속행위에 해당한다”며 A회사의 재량권 남용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말레이시아산 제품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부담금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회사가 처음에는 니코틴 추출 회사를 ‘미상’으로 신고했다가, 나중에 임의로 ‘B사’로 기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원료가 연초의 잎이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A회사가 별다른 증빙자료도 확보하지 않은 채 짧은 기간 내에 말레이시아 수입품들의 니코틴 추출 회사를 모두 B사로 기재한 것은, 향후 자료 제출에 비협조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이에 따라 법원은 말레이시아산 제품에 부과된 부담금 약 2억 1238만 원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