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 금지 소송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소송에서 바이오시밀러 기업 대부분이 오리지널 개발사에 패소한 상황에서 유럽에서도 비슷하게 소송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 전략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최근 삼성에피스와 리제네론간 진행된 아일리아 제형 특허(EP 2364691, EP 691) 무효 소송에서 리제네론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삼성에피스에 "네덜란드에서 오퓨비즈(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제조·제공·유통·사용하거나 그 목적을 위한 수입·재고 보유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 제형 특허는 2027년까지 유효하며 바이알과 프리필드시린지(PFS) 모두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리아는 글로벌 제약사인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공동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로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후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95억 2300만 달러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이 중 미국 매출이 59억 68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오리지널 개발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출시 방어에 집중해왔다. 2022년부터 마일란을 시작으로 삼성에피스, 셀트리온(068270), 산도스, 포미콘, 암젠 등과 연이어 소송을 벌였다. 대부분 오리지널사 승소로 끝나면서 미국 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최소 2027년까지 제한됐다. 다만 암젠은 승소해 2023년 11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파블루’를 미국 시장에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유럽 법원은 그동안 제네릭·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 특허 침해 여부를 미국 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해와 오리지널사들이 다소 불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휴미라’를 개발한 애브비는 바이오시밀러들이 출시될 당시 특허 소송보다 합의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관리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에피스 소송에서 보듯 아일리아의 경우 당초 예상과 달리 오리지널 특허에 대해 국가별로 엇갈리는 추세다. 리제네론과 바이엘은 올 여름 독일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EP 691 특허를 인정받았다. 반면 영국 런던 고등법원은 최근 이 특허에 대해 바이오시밀러 측 손을 들어줬다.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유럽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난감해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삼성에피스·셀트리온 외에도 알테오젠(196170), 삼천당제약(000250) 등이 유럽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받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알테오젠과 삼천당제약은 해외 소송 진행 상황이 알려져있지 않지만 리제네론이 삼천당제약의 해외 공급 계약을 문제 삼아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한 전례가 있어 구체적인 유럽 출시 일정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아일리아 특허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리면서 현지 출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며 “특허 문제로 미국에서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럽 시장에 기대가 컸는데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미국 소송에서 패소한 산도스, 포미콘, 바이오콘 등이 오리지널사들과 올 9월 합의에 성공해 내년 하반기부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출시키로 한 만큼 국내 기업들에게도 합의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