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내달 워싱턴DC서 한미재계회의 진행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주요 인사 참석
현지 거물급 인사 대거 참석... 양국 재계 '다리'
4대 그룹, 해외 네크워크·대관 인력 등 풀가동
트럼프 2기 대응 체계 선제 구축... 대담 조율 등
국내 재계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해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4대 그룹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구축한 네트워크, 해외 대관 조직 등을 중심으로 미국 정계와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한국과 미국, 양국의 재계 '다리 놓기'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한경협과 미국상공회의소는 내달 둘째 주 초, 워싱턴DC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당선 후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치계, 재계 등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해외 대관 담당 사장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은 물론, 공화당과 인연이 깊은 류진 한경협 회장의 주선으로 현지 거물급 인사들 역시 참여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최근 진행됐던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대표 그룹 총수들이 쌓은 미국 정계 내 네트워크와 함께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신분으로 전 세계의 IT(정보기술) 기업인을 위한 '테크 서밋' 행사를 진행했을 때,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한 초청객이었다.
다만 당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 중이었기 때문에, 참석이 불가했다. 대신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자리에서 이 회장과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직접 호명하고 미국 내 투자에 관련해 감사의 의사 표시를 건넨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한테 직접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회복을 가속화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축하 서한을 보냈다. 그는 내년 2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차 워싱턴DC를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이 이사장으로 자리한 '최종현학술원'은 2021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TPD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전현직 고위 관료,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 등이 참여해 국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등의 활동이 이어져 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간 트럼프가 속한 미국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소통을 이어 왔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관료로 자리했던 이들을 그룹의 해외 대관 담당 인력으로 대거 영입했다. 2020년 로버트 후드 전 미국 국방부 법제처 차관보를 워싱턴사무소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1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그룹 고문으로 합류시키기도 했다.
정 회장은 올해 3월 트럼프 최측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한국을 찾았을 때 직접 찾아 면담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네트워크는 이어지며 트럼프의 또 다른 측근,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올해 7월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현대차그룹을 방문했다.
지난 3월에는 향후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재차 이끌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제이미슨 그리어와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2년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영입했다. 헤이긴은 새로 개설된 워싱턴사무소를 총괄함과 동시에 미국 정부, 의회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한다.
아울러 구 회장은 지난해 4월, 직접 워싱턴사무소를 찾아 헤이긴 소장 등과 함께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성, 대선 이후 전망 등에 대해 다각도의 논의를 전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4대 그룹은 해외 대관 조직 개편 등 강화에 나섰다. 다가올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해외법인 관리와 현지 정계, 재계 등의 소통을 맡은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SK그룹은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인사를 공략할 예정이며, 현대차그룹도 올해 초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높였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가동했다.
그룹 총수들 역시 트럼프와의 만남을 위해 물밑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미국 방문 계획 등 구체화된 바는 없지만, 이전 조 바이든 대통령 시기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등과 단독 대담이 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트럼프 당선인과도 같은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