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일본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그의 ‘대처’ 스타일링이 의미하는 것

2025-10-30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오후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으며 ‘여자 아베’ 별칭이 붙은 다카이치 총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존경한다고 밝혀왔다. 일본판 ‘철의 여인’을 꿈꾸는 그는 스타일에도 정치 철학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8일 “일본의 새 총리가 대처 전 영국 총리로부터 패션 힌트를 얻었다”며 ‘대처 닮은꼴’ 스타일의 의미를 짚었다. 다카이치는 선거 기간부터 대처 전 총리를 자신의 롤모델로 지목해 왔는데, 의상 선택 또한 정치적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중에 각인된 패션은 파란색 정장과 진주목걸 조합이다. 지난 21일 일본 총리에 선출된 날도 똑같은 스타일을 선택했다. 대처 전 총리가 즐겨입은 ‘의상 언어’를 정치적 상징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CMP에 따르면, 다카이치가 즐겨 입는 파란색 수트는 일본의 전통적 메이저 브랜드인 준 아시다(Jun Ashida) 제품이다. 준 아시다는 일본 내에서 ‘정치·공식무대’의 여성 의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로, 보수적이면서도 권위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 같은 브랜드 선택은 다카이치가 ‘신뢰감’과 ‘단호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외형적 요소 중 하나로 주목받는 진주 장식은 ‘전통적 여성성’과 ‘공식적 권위’라는 이중적 코드를 갖는다. 진주 목걸이는 수십 년간 보수적 여성 정치인이 공식 석상에서 즐겨 사용한 액세서리이며, 공적 자리에서의 ‘중립적 우아함’을 상징해 왔다. 다카이치의 경우 진주와 강한 색채의 슈트를 결합함으로써 ‘온화함과 단호함’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전략적 연출로 읽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의 상징과도 같은 진주 목걸이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는 파란색 정장도 즐겨 입는데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닮은 스타일을 연출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카이치는 남편이 선물한 진주 목걸이도 자주 착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어스타일은 늘 단정하게 정리된 커트 머리를 유지해왔다. 짧은 커트 헤어스타일로 세련미를 챙기면서도 남성과 동등한 자리에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특히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다카이치 총리의 헤어스타일리스트였던 아라이 유키토시는 SCMP에 “사나에 컷이라고 불리는 스타일로, 매끈한 짧은 머리와 함께 귀를 드러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성적이면서도 여성미를 곁들인 다카이치 총리의 스타일이 정치적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까. NYT는 “여성 첫 총리 탄생이 일본의 성평등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카이치의 부상은 성평등보다는 변화에 대한 당의 열망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는 정치 새내기 당시 남성 의원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남성 의원들이 남성 전용 클럽과 사우나에서 야간 회의를 열어 다카이치를 소외시켰던 것. 그는 “여성성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마스코트 타입이나, 여성성을 과도하게 버리는 터프가이 타입이 아닌, (평범한) 여성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할 때 진정한 여성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성평등을 위한 정책보다는 전통을 중시하는 정책을 지지해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의원 시절 여성이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르는 법을 개정하는 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남성만이 일본 황좌를 계승할 수 있다고 규정한 1947년 법률을 지지하며 개정에 반대했다. NYT는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의 정치적 유리천장은 깨뜨렸지만, 일본 여성의 발목을 잡는 정책은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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