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약' HMM 부산행, 가능할까…경영권 매각 등 복잡한 함수[이충희의 쓰리포인트]

2025-05-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HMM(011200)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HMM은 한국산업은행(산은, 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35.67%) 등 정부 기관 두 곳이 총 71.6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HMM의 부산 이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다만 1일 투자은행(IB)·해운업계에서는 민간 기업에 HMM 경영권을 매각해야 한다는 점, HMM 업무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①수조원 공적자금, 지분 팔아 회수 필요

전세계 해운시장은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당시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었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도 2011년 3666억 원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실적 악화가 본격화 됐다.

정부는 산은을 통해 조단위 공적자금을 지원하며 국내 해운업 완전 붕괴를 막았다. 2016년 8월에는 산은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현대그룹에서 완전 분리됐다. 2017년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그 해 해진공이 설립돼 현대상선 지원에 동참했다. 2020년 현대상선은 사명을 지금의 HMM으로 바꿔달았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실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자 수 조원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2023년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경영권 지분을 6조 원대 초반에 매각하려 했으나 당시 협상은 불발됐다.

최근 산은은 다시 HMM 매각을 위한 불을 지피고 있다. 강석훈 회장은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이 낮아져 HMM 지분 매각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올 4월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구성되면 경영권 매각 방식과 시기에 대한 논의가 원점에서 재시작돼 시간은 더 걸릴 것”이라면서도 “분명한 점은 정부 측 지분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가 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인수후보 민간기업, 본사 이전 비선호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인수 후보들은 부산 이전을 우선 염두에 두고 초대형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HMM의 시가총액은 2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 측 보유 지분 가치만 18조 원에 달한다. 2년 전과 비교해 인수에 훨씬 큰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하림그룹은 물론 2년 전 함께 인수 경쟁에 나섰던 동원그룹, 최근 인수·합병(M&A) 큰 손이 된 호반그룹 등이 HMM의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 일각에선 현대차나 포스코 같은 재계 10위권 내 그룹사가 HMM을 품어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HMM 안팎에서는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해도 기존 화주 영업, 홍보·법무·재무·IR 등 업무도 계속 서울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도 자국 내 최대 항국 도시인 오르후스가 아닌 수도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 ONE의 일본 본사 역시 도쿄에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본사가 서울에 있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만약 부산으로 가면 해수부나 해진공 영향력 아래에 더 놓일 수 있다는 점도 경영권 인수에 앞서 고민하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함께 공약했으며 해진공은 이미 본사가 부산에 있다.

③민·관 합동모델 거론…산은도 협조하나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HMM 지분을 일부만 민간에 매각하고 상당 부분은 남겨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각선 독일의 하팍로이드 같은 민·관 합동 경영 모델이 HMM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이미 나오고 있다. 세계 5위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민간 최대주주 지분이 약 30%, 나머지는 함부르크시 등 공공기관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분산 소유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MM도 민간 기업 약 40%, 정부기관 30%, 나머지 기타주주 30% 식으로 지분을 나눠 갖는 모델이 적합할 수 있다”며 “해진공 등 정부 측 HMM 지분이 남아 있으면 부산행을 밀어부칠 때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최대주주인 산은이 HMM 본사 이전에 협조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후보는 이전 정부들이 추진했던 산은의 부산 이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그 대안으로 해수부·HMM의 부산 이전을 말하고 있다. 산은 임직원들은 그간 부산행을 강력 반대해왔다는데, 자신들 대신 추진되는 HMM의 부산 이전을 적어도 저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북극항로의 상업적 가능성이 얼마나 빨리 열리느냐도 정책 뒷받침에 중요 요소다. 북극항로가 본격화되면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 대비 아시아-유럽 간 항해거리가 최대 40% 단축된다. 전세계 해운업계에서 부산의 지역적 이점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빙하가 녹는데 걸리는 시간이 현 예측보다 길고, 러시아 북쪽 연안을 따라 큰 항구도시가 없어 실제 활용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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