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률 0.75%… 잠자는 난임치료휴가 급여

2025-10-22

시술 시 유급 2일+무급 4일

6개월간 급여 수급 346명뿐

2026년 예산 67% 삭감 조치돼

사업 홍보 부족 등 원인 지목

신청 시 민감정보 노출 지적도

올해부터 난임치료휴가 급여가 마련됐지만 집행이 극히 저조해 내년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난임 진단자가 매해 늘고, 이들을 지원하는 게 저출생 관점에서도 중요한 만큼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난임치료휴가 급여 수급자는 총 346명(남성 66명·여성 280명)에 불과하다. 올해 2월 도입된 난임치료휴가 급여제도는 인공수정 등 의학적으로 난임 시술을 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난임치료휴가는 최초 2일 유급, 나머지 4일은 무급으로 총 6일을 보장하며 올해부터 유급 2일분에 대해 정부가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다. 2일분의 정부 지원액은 최대 16만760원이며, 통상임금이 이보다 많을 때 초과분은 사업주가 지급한다.

노동부는 올해 이 제도에 74억원을 편성하며 4만5994명을 수급자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8월까지 집행액이 0.75%(346명)에 그쳐 8월에 노동부는 예산 현액을 61억원으로 자체 조정했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74억원) 대비 66.7% 줄어든 25억원으로 편성됐다.

노동부는 저출생 정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해당 예산도 올해 많이 투입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제도는 마련됐으나 홍보 부족과 인식 개선은 뒷받침되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가 사업자에게 난임치료휴가를 신청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은 근로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부의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난임치료휴가 대상자 중 실제 사용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2%로 나타났다.

국내 난임 진단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22만8618명이었던 난임 진단자는 지난해 30만401명으로 4년간 31.4% 증가했다. 난임 시술은 2020년 9만1939건에서 지난해 22만3012건으로 142.6%(약 2.4배) 급증했다.

난임 시술은 시술자의 우울감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연구한 ‘난임 시술 건강영향평가 및 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10명 중 1명(9.5%)은 시술 뒤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은 여성 중 난자채취 3회 이상을 포함한 체외수정 시술 경험이 있는 12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 결과 시술 전 응답자의 67.6%는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응답했지만, 시술 뒤에는 해당 비율이 37.0%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우울하거나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시술 전 32.4%에서 63.0%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건강은 나빠졌다. 치료 기간이 5년 이상인 응답자는 시술 후 무려 70.1%가 정신적으로 우울 또는 불안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난임 시술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은 명확하며, 난임 시술 전, 치료 중, 시술 후의 단계별 특화된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술 대상자의 정서적 지지를 위한 심리상담센터 설치 확대 및 내실화, 센터 홍보 강화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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