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계정 4조 이상 적자… 재정난 악화 불보듯 [심층기획-‘뜨거운 감자’ 자발적 퇴사 실업급여]

2025-10-21

3년 연속 정부 예상보다 빨리 소진

모성보호 급여 재원까지 부담한 탓

재정 건전성 위해 분리 필요성 제기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이 3년 연속 정부 예상보다 빨리 소진돼 정부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매해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 변경’으로 재원을 충당했다. 자발적 퇴직자에게까지 지급 범위를 확대할 때 재정 건전성이 더 우려되는 배경이다.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에서 모성보호 지출 재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 제기된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의 실적립금 적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불어났다. 지난해 말 적립금은 3조5941억원, 코로나19 당시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돈(예수금)을 제외하면 순적립금은 약 -4조1267억원이었다. 올해 5월 기준 적립금은 3조4357억원, 실적립금은 -4조2851억원이 됐다.

2023년과 지난해에 정부 예상보다 구직급여 예산 소진이 빨라 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의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추가 재원을 마련했다. 올해는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에 실업급여 명목으로 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계획액(10조9170억원)의 10% 이상을 추가 투입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 구직급여 예산으로 11조5376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해서는 5.7% 늘어난 규모지만, 추경을 포함한 예산(12조2030억원) 대비해서는 5.5% 줄었다. 지금 상태로면 내년에도 기금 운용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수급자들이 빨리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어서 항상 내년도 예산은 조금 빠듯하게 잡는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과소 편성한 뒤 회기 중 충당하는 일을 반복하기보다 근본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난이 불거진 주요 원인은 모성보호 지출 재원이 실업급여 계정에서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저출생 정책이 확대되면서 육아휴직 급여 등 관련 예산 규모는 불어나는데 정부 예산에서 모성보호지원을 명목으로 직접 지원하는 예산 비중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체 모성보호 예산 중 직접 지원 예산을 일반회계 전입금이라고 하는데 이 비중은 올해 13.7%(5500억원), 내년 14.7%(5987억원)에 그친다. 나머지 예산은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에 기대고 있다.

노동부도 장기적으로는 두 개(실업급여·모성보호 재원)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매년 모성보호 급여 지출이 증가해 실업급여 계정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적었고, 이달 15일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는 재정여건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노·사·전문가가 함께 모성보호급여의 별도 재원 확보 등 고용보험기금의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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