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광고 업계에서도 광고 대행사 본연의 기능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AI 통합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세계적인 광고 회사 그룹인 그룹 엠(M)에 따르면, AI 기반 광고는 2025년 기준 전 세계 광고비의 69.5%까지 집행되고 있다. 이 비율은 2029년 94.1%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국내 광고 업계 역시 제일기획· 이노션· 대홍 기획 등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차이 커뮤니케이션, 애드쿠아와 같은 디지털 광고 대행사도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시간과 비용효율성은 물론 질적 성과에서도 향상된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AI 통합에 의한 효율성 성과는 업무의 자동화에 기인한 것으로서, 간단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인력 수요 감소와 전통적 위계 조직 구조의 변화가 따라온다. 이 상황에서 구성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며 AI 통합의 수용과 적응에 저항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구성원들의 마음 속엔 변화되는 역할과 업무 재분배 과정에서 '내 업무가 AI로 대체 되지 않을까' '앞으로 내가 더 많은 일을 하거나, 안 해본 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과 혼란으로 기술 수용에 대한 '잠복 저항'을 보이게 된다. 이는 단순 예측이 아니라, 이미 외국의 여러 AI 통합 사례 연구를 통해 검증된 현상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AI 통합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 AI 통합 이슈는 AI의 기술적 적용과 AI 적용 효과, 그리고 구성원의 AI 활용 능력에 집중돼 있고, AI에 대한 구성원의 감정과 저항 등에 대해서는 우선적 고려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광고 대행사의 AI 통합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AI 통합의 기술성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고 '구성원 저항 관리와 AI-인간 협업구조 확립'이라는 근본 과제에 지금보다 훨씬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영자의 AI 통합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효율성과 성과'라는 AI 통합 전략 관점에서 '구성원의 비젼 실현'이라는 관점으로의 전환과 확장을 통해, 두 가지 관점에서 균형적인 통합을 만들어 가야 한다.
AI 통합의 궁극적 목적은 생존과 경쟁력 확보이기에, 효율성을 넘어 질적 고도화까지 달성해야 하며 이는 결국 AI 기술을 활용하는 구성원의 능력에 의해 완성된다. 따라서 진정한 'A-인간 협업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장기적 비젼과 비젼 실현을 위한 구체화 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금 해야 일은 반복적인 자동화 영역은 과감하게 AI에 이관하되, 절약된 시간과 자원은 '창의·전략 분야' 역량개발, 클라이언트 관계 관리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구성원 업무의 질적 고도화와 성과에 대한 정의와 평가 방법이 구체화돼야 하며 이에 따른 보상 체계 역시 재정립돼야 한다. 이러한 구체화 과정은 AI로의 업무전환 과정에서 구성원의 새로운 역할과 성장경로를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AI 통합이 곧 구성원 자신의 발전이며 기업의 발전이라는 목표 정체성의 합의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합의가 있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간의 AI 통합 과정과 결과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에 대해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광고산업만이 아니라 AI 통합을 계획하거나 실행하는 모든 산업과 조직에 적용되는 AI 통합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박준형 서울예술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jhpark@seoul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