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없던 美 2공장까지…ESS 부품 中企도 '메이드 인 USA' 가속

2025-04-15

에너지저장장치(ESS) 소재·부품 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쌓은 ‘합계 관세율 145%의 장벽’을 오히려 성장 기회로 여기고 북미 ESS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ESS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이 관세장벽에 막혀 판로가 막힐 경우 한국산 제품이 강력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은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확충,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 구축 등으로 ESS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국내 ESS 중소기업의 미국 시장 공략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ESS 및 2차전지 전장부품 전문기업 신성에스티는 ESS 부품의 미국 현지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켄터기주에 1공장에 이어 2공장을 추가 확대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 19일 미국 켄터기 법인 지분을 144억 원에 매입해 ESS부품 양산을 위한 1공장 설립을 공시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안병두 신성에스티 대표는 “당초 1공장에서 ESS에 열을 식혀주는 금속체인 쿨링 플레이트와 ESS컨테이너 부품을 함께 양산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수주 물량이 예상보다 많아 1공장에서는 쿨링플레이트를, 2공장에서는 ESS컨테이너를 각각 주력 생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약 400억 원이 투입될 1공장에서는 쿨링플레이트가 올해 하반기 생산되고 약 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2공장에서는 ESS 컨테이너가 내년 하반기 양산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1공장과 2공장의 생산능력(CAPA)이 최대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이 배터리를 기반으로 제작한 ESS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ESS 소재·부품 기업의 행보 역시 미국 진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 52.4%를 차지하는 ESS 장비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서진시스템은 연내 미국 텍사스 공장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분산시킬 계획을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는 주요 고객사 중 북미 지역에 있는 5개사가 미국 현지 생산을 요청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ESS용 수랭식 냉각시스템 전문 기업 한중엔시에스도 북미 ESS 시장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미국 현지 진출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가 테이터센터 서버 비상전력용 ESS를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중엔시에스의 미국 진출도 가시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국 관세정책 때문이다. ESS 업계 관계자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ESS 부품의 원재료가 되는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강력한 관세정책을 펴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자국의 알루미늄 소재로 ESS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춘 회사에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에스티가 미국 현지 생산 시설 확대를 결정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미중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북미 ESS 시장에서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산 ESS 배터리 수요의 상당 부분이 한국 기업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ESS 업체는 한국 제품의 원가 수준 가격을 시장에서 최종가로 판매하고 있다”며 “145%의 합계 관세율은 그런 가격 경쟁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ESS 시장이 지금도 급팽창 중이라는 점도 중소기업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신뢰도를 내세운 미국과 유럽 업체들의 ESS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품 사이에 끼여 고전하고 있는 국내 ESS의 활로 및 승부처가 바로 미국 시장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P&S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4년 북미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48기가와트(GW)에서 2025년 53GW로 오른 후 2032년 120GW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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