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희 아시아 원격의료학회 초대 회장 “2030년 세계 원격의료학회로 진화”

2025-10-29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아시아 지역의 원격의료 활성화 논의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표준화와 협력을 넘어 2030년 세계원격의료학회 설립을 추진하겠습니다.”

아시아 원격의료학회(ATS)가 지난 24일 서울대 의대 의학도서관에서 공식 출범했다. 한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아시아 10여개국 원격의료·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가 모여 학술교류, 공동 연구, 정책 표준화, 의료데이터 표준화 등을 모색한다.

ATS 초대 회장은 맡은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세계 인구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시아의 영향력과 원격의료의 잠재력을 출범 배경으로 꼽았다. 강 회장은 2004년부터 아시아코호트컨소시엄을 이끌며 역내 의료기술 발전을 이끌었다.

강 회장은 고령사회로 진화하면서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연속혈당측정기(CGM), 반지형 혈압계 등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며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지 않아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병원과 의사 역할을 정립하고 의료현장 내 기술 적용을 확산하기 위해 강 회장은 2021년 한국원격의료학회 출범 등 산업계, 학계, 의료계의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

아시아 각 국가는 불균형한 의료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민 건강검진을 정책으로 내세운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인구 2억8000만명이 1만7000여개 섬에 흩어져 있는데, 검진을 위해선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이다. 베트남은 산간벽지에 컴퓨터단층촬영(CT) 시설을 구축하고 있고, 대만은 지진 발생에 대비한 의료 체계를 갖추는 등 원격의료에 기반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강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원격의료 필요성을 느꼈지만, 아직 법·제도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면서 “산업계, 의료계, 학계가 함께 발전을 이끈 한국 원격의료 경험을 공유하면 'K의료'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TS에는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오피니언 리더가 정책 결정자로 참여했다. ATS 주요 논의 내용이 각국 정부 원격의료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 베트남 하노이, 2027년 일본 도쿄에서 ATS 학술대회를 열며 원격의료 기술·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2030년에는 세계원격의료학회 설립도 계획했다.

강 회장은 “아시아는 유럽, 미주와는 다른 특성을 지녔음에도 기존 의료계는 서구를 중심으로 논의가 펼쳐졌다”면서 “이번 학회 출범으로 아시아도 세계 의료계 논의 중심축에 오르고, 한국 의료산업 활성화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 회장은 “지난 정부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비대면진료는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무르는 등 실행력이 떨어지면서 진전이 더뎠다”면서 “치료에서 돌봄으로 변화하는 의료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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