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논란' 성수1구역, GS건설 vs 현대건설 2파전 가닥...연말 시공사 선정

2025-08-26

1000억 입찰보증금 '장벽'…'곳간 채운' HDC현산 이탈 가능성

'독소조항' 반발에도 조합 '요지부동'…현대 "참여" vs HDC "당혹"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한강변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의 제1지구(이하 성수1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2파전 경쟁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당초 GS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의 3파전이 예상됐지만, 1천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과 까다로운 입찰 지침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의 이탈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과거 용산 남영2구역에서 입찰 자격을 박탈당하며 입찰보증금 반환을 두고 조합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분기 영업이익을 훌쩍 넘기는 거액의 입찰보증금을 배팅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 1000억 입찰보증금 '장벽'…'곳간 채운' HDC현산 이탈 가능성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지난 21일 입찰 공고를 통해 입찰보증금 1000억원을 자격으로 내세우면서 최근 불거진 입찰 지침 논란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1000억원에 이르는 입찰보증금 규모가 서울 핵심지 사이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입찰보증금을 기록했던 곳은 2019년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1500억원), 은평구 갈현1구역(1000억원) 정도다. 올해 기준으로는 최대 수주 격전지로 예상됐던 압구정2구역,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정도가 1000억원에 이르는 입찰보증금을 제시했다. 지난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수주전이 진행됐던 강남 개포동의 개포우성7차 역시 입찰보증금은 300억원(현금 150억원, 이행보증증권 150억원) 정도였다.

입찰보증금이란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여 낙찰된 후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조합이 입게 될 손해에 대한 담보로 건설사가 조합에 미리 납부하는 금액이다. 건설사의 참여 의지를 확인하고 입찰 철회 행위나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됐으나, 과도하게 높은 금액으로 설정될 경우 건설사의 수주 경쟁을 제한해 수주 기피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이 높은 금액대로 설정된 입찰보증금이 현재 3파전으로 예측되는 수주전을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3곳의 대형 건설사가 수주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중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올해 상반기 9244억원 규모의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승리했으며, 이외에도 미아9-2구역, 신당10구역 등 서울 핵심 지역에서의 연이은 수주를 따낸 상태다.

이미 수주 곳간을 넉넉히 채운 상태에서, 까다로운 장벽이 세워진 격전지에 돌입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를 기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이 넘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1조3331억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특히나 HDC현대산업개발의 2분기 영업이익이 803억원 상당인 점을 고려할 때, 1분기 영업이익보다 큰 입찰보증금을 단일 사업장에 투입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또한 GS건설과는 송파한양2차에서 이미 대전을 준비 중인 상태다. 따라서 GS건설과의 또 다른 수주전은 소모적으로 비쳐질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또한 과거 입찰 자격 박탈로 인한 리스크를 경험한 것 역시 수주전에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은 남영동 업무지구 제2구역(남영2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입찰 참여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입찰보증금 100억원을 몰수당한 전적이 있다.

아웃소싱(OS) 홍보직원이 조합원과 접촉해 개별 홍보를 하고 사은품 등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입찰 지침을 위반한 것이 이유로 작용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남영2구역 조합을 상대로 122억원에 이르는 입찰무효 등에 따른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 '독소조항' 반발에도 조합 '요지부동'…현대 "참여" vs HDC "당혹"

이미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현대건설과 아울러 합의 입찰 지침 중 다수 조항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독소 조항'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문제가 된 조항들은 ▲조합원 로열층 우선 배정이나 분양가 할인 등 실질적인 혜택 제안 금지 ▲이주비 대출 한도(LTV) 및 금리 등 금융 조건에 대한 과도한 제한 ▲조합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입찰을 무효화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 부여 등이다.

하지만 조합은 과거 한남3구역 사태와 같은 과열·혼탁 경쟁을 방지하고, 정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며 건설사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초기 입찰 지침에는 각 건설사가 제출하는 설계안의 일조권 시뮬레이션 자료를 입찰 마감 전에 조합이 지정한 외부 업체에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건설사의 핵심 설계 전략과 기밀 정보가 경쟁사에 유출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았고, 결국 조합원들의 민원과 성동구청의 이례적인 개입 끝에 해당 조항이 철회되기에 이르렀다.

이같이 본격적인 수주전이 개시되기도 전부터 연이은 마찰이 빚어지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입찰보증금 공개 후에도 "사업 제안서를 준비 중"이라며 사업 시행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조합에서 기존 계획서와 동일하게 입찰 공고를 진행해 당혹스럽다"며 "내부적으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성수1구역은 19만4398㎡에 달하는 부지에 최고 69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17개 동, 약 3014가구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조합이 제시한 예상 공사비만 2조1540억원에 달하며, 3.3㎡당 공사비는 1132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은 오는 29일 현장설명회를 거쳐, 10월 13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을 예정이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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