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000억 원 규모 강남권 정비사업 잇달아 수주…누적 수주액 7조 원 돌파
'래미안' 파워로 시장 내 입지 넓혀…하반기 여의도대교∙성수2구역 참전 가능성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삼성물산이 도시정비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올해 주요 수주전에서 연이은 승기를 거머쥐면서 누적 수주액이 7조 원을 넘어섰다. '래미안' 단일 브랜드만으로도 조합원들의 신뢰를 확보하며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은 최근 대우건설과의 경쟁 끝에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권을 따냈다. 조합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 대강당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삼성물산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득표율은 54.3%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742명 중 403표를 받았다.
같은 날 삼성물산은 삼호가든5차 재건축도 손에 넣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부지 1만3365㎡)에 지하 4층~지상 35층, 2개 동 306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 약 2369억 원 규모다. 불과 주말 이틀 새 9000억 원 규모의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을 잇달아 수주한 것이다.
삼호가든5차의 경우 조합이 먼저 건설사에 손을 내민 이례적 사례로도 평가된다. 조합은 세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되자,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수의계약 체결을 이끌었다. 래미안을 유치하겠다는 조합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로써 삼성물산의 올해 도시정비 누적수주액은 7조 원(7조828억 원)을 돌파하게 됐다. 올해는 지난 1월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를 비롯해 △송파 대림가락 재건축 △방화6구역 재건축 △송파 한양3차 재건축 △신반포4차 재건축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광나루 현대 리모델링 △울산 남구 B-04 재개발 △신정동 1152번지 재개발 등을 수주했다.
◆현대∙포스코 양강 구도 깼다…'래미안' 단일 브랜드로 '파죽지세'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시정비시장은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양강 체제가 굳건했다. 두 회사는 2년 연속 정비사업 1·2위를 차지하는 등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를 본격 재개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한동안 도시정비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은 2023년부터 시장 재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개년 간 도시정비 수주액은 △2021년 9117억 원 △2022년 1조8686억 원 △2023년 2조951억 원 △2024년 3조6398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의 성과는 단일 브랜드만으로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요 건설사들이 별도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하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은 '래미안' 단일 브랜드 하나만으로도 수주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의 대표적 하이엔드 브랜드는 디에이치(현대건설), 아크로(DL이앤씨), 써밋(대우건설), 오티에르(포스코이앤씨), 르엘(롯데건설), 드파인(SK에코플랜트) 등이 있다.
하반기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여의도 대교 등 수주전에 참전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직후 미디어펜에 "여의도 대교 재건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의도 대교는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일원 12층, 576가구 규모 단지를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 4개 동, 912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는 7500억 원 규모로, 여의도에서는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공작아파트(대우건설) 다음으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수주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4개 지구 중 삼성물산의 참여가 유력한 곳은 2지구로, 예상 공사비는 1조5000억 원 수준이다. 이들 사업지를 모두 수주할 경우 도시정비사업에서만 9조 원을 웃도는 수주고를 올리게 된다.
여기에 깜짝 수주까지 이뤄진다면 정비 역사상 최초인 '10조 클럽'에 입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 최고액은 현대건설이 2022년에 세운 9조3400억 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별도 하이엔드 라인업 없이도 '래미안' 브랜드 하나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며 "최근 공격적인 수주 행보로 정비시장의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