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 73만원 시대…천장 뚫린 금값에 골드바·골드뱅킹 불티

2025-09-11

최근 금 통장(골드뱅킹)과 골드바가 불티나게 팔린다. 올해 들어 금값이 40% 가까이 치솟으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판매하는 시중은행 3곳(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의 잔액은 이달 10일 1조231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계좌 수가 3만60건 늘면서 4497억원의 자금이 쏠린 영향이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현금으로 찾을 때 원화로 환산한 금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고액 자산가가 선호하는 골드바 판매도 급증했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에선 10일 기준 327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미 지난해 판매액(1596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최근 금 관련 상품에 뭉칫돈이 몰린 것은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어서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올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3682달러(약 514만원)에 거래됐다. 특히 지난 9일엔 장중 처음으로 온스당 3700달러 선을 뚫고 3715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국제 금값 상승률은 10일 종가 기준 39.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오름폭(38.1%)은 물론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11.1%)와 비트코인 상승 폭(23%)을 웃돌았다.

국제 금값은 국내 금값에 영향을 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지난 9일 16만7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12만7850원)과 비교하면 31.2% 뛴 최고가였다. 11일에도 16만5000원대에서 거래됐다. 그 결과 최근 돌 반지 한돈(3.75g) 소비자 가격은 73만원(부가세 등 포함)에 이른다.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51) 대표는 ”지난해부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골드바를 사모으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3월 말 40만원대 초반이던 금 한 돈 값이 현재 70만원까지 올랐다. 경제가 불확실할 땐 금만 한 투자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건 금 선물 시장 투자자가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한 영향이 크다. 일반적으로 금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하락할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6~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오후 5시 30분 기준 90%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 확률은 일주일 전 0%에서 현재 10%로 상승했다

금 시장 ‘큰 손’인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금값 상승을 부추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가액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평균 260t에 이른다. 직전 5년간(2015~2019년) 연평균 증가액(130t)과 비교하면 2배로 늘었다. 미국 채권 등 달러 자산으로 운용했던 외환보유고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다. 미국 재정 적자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던 미국 채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영향이 크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금값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세계금협회(WC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 관련 ETF에 380억 달러가 쏠렸다. 해당 ETF의 전체 금 보유량은 3615t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많다.

상당수 국내외 전문가는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고, 중앙은행의 금 매입 속도를 고려하면 올해 말, 적어도 내년 초엔 금값은 온스당 4000달러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Fed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의 투자 비중을 금으로 일부 조정할 경우 금값은 온스당 5000달러에도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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