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봄이었다. 카타르 도하의 한 건물에 금빛 트로피가 등장하며 시작된 이벤트는 전세계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식이었다. 공식 주제가가 흘러나오면서 본선 32개국이 소개됐다. 긴 기다림 끝에 각국의 운명도 결정됐다. 어느 자리로 가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새하얀 토브를 입은 한 남성이 바구니에 담긴 공을 꺼내는 순간 파울루 벤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이 화면에 교차됐다. 당시 한국의 상대는 포르투갈, 우루과이, 그리고 가나.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해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이 행사가 오는 6일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로 자리를 옮겨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42개국(잔여 6개국은 내년 3월 플레이오프로 결정)을 초대해 조 추첨식을 연다. 한국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도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공동 개최국 캐나다 첫 본선행 퀴라소… 토너먼트 유력 꿀조합
메시-손흥민-살라흐 포스터 월클들 엮이면 FIFA만 흥행 ‘쾌재’
FIFA는 이번 조 추첨식에서 11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본선 48개국을 1~4번 포트로 나누고 각 조에 4개국씩 배치한다. 월드컵 본선에선 각국이 3경기씩 조별리그를 치른 뒤 12개조 1~2위 24개국과 조 3위 중 상위 8개국이 합류해 본선 토너먼트로 우승컵을 다툰다.
FIFA 랭킹 22위인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2번 포트에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별리그를 기대하고 있다. 같은 포트에 이름을 올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와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모로코, 월드컵 통산 2회 우승을 자랑하는 우루과이를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전문가들은 1번과 3~4번 포트의 변수에 따라 한국에게는 비단길도, 가시밭길도 펼쳐질 수 있다고 말한다.
비단길로 가는 첫 단추는 역시 1번 포트에서 캐나다를 만나는 것이다. 캐나다는 공동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FIFA랭킹 27위로 1번 포트에서 최약체로 분류되고 있다. 수비수인 알폰소 데이비스(바이에른 뮌헨)가 최고 스타다. 3번 포트에선 36위 스코틀랜드, 4번 포트에서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지도한 인연이 있는 첫 본선 진출국 퀴라소(82위)까지 한 조에 묶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북중미월드컵 조추첨 최상-최악 시나리오는
가시밭길에 대해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 가지 시나리오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 폭스스포츠 호주판이 조 추첨을 놓고 실험한 시뮬레이션에서 ‘죽음의 조’로 꼽힌 사례다. 1번 포트에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2위)가 자리를 잡고 2번 포트의 한국, 3번 포트의 북아프리카 강호 이집트,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팀이 순서대로 이름을 올리는 케이스다.
이 시나리오는 각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얼굴만 봐도 숨이 막힌다. 아르헨티나에는 진정한 라스트 댄스를 기다리고 있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한국에는 손흥민(LAFC), 이집트에는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가 버티고 있다. 모두 FIFA가 최근 공개한 북중미 월드컵 포스터에서도 당당히 1~2열에 배치된 스타들이라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2전 전패했다. 이집트는 월드컵에선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아프리카 최강을 다투는 네이션스컵 최다 우승국(7회)이다. 내년 3월 4장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1번 포트에 버금가는 전력으로 평가되는 이탈리아(12위)까지 합류한다면 진정한 죽음의 조가 될지 모른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