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말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가운데 면세점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매출 증가를 기대하는 롯데·현대와 달리 신라·신세계는 공항 임대료부터 걱정하는 모양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 합동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9개월 간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대상 한시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시행한다. 중국 관광객의 대거 유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입장에서는 대형 호재지만 각 사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해 해석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롯데에게는 확실한 호재다. 임대료 부담이 없어 단체 관광객이 유입될 수록 매출과 수익성 모두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알짜배기' 명품·부티크 사업권을 운영해 흑자를 기록 중인 현대도 마찬가지다.
반면 신라·신세계는 마냥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체 관광객 유입이 늘어날 수록 매출은 오르겠지만 그만큼 공항 임대료도 오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여객 수에 비례해 산정하는 구조다. 유커들이 과거만큼 지갑을 열지 않거나 공항이 아닌 타사 시내면세점에서만 쇼핑을 즐길 경우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신라·신세계는 엔데믹 전환 이후 변화된 관광객 소비 패턴에 고전 중이다. 여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지속하면서 상반기 각각 163억원, 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임대료 조정에도 실패해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철수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체적인 단체 관광객 유치 효과도 예상보다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단체 관광이 활발했던 코로나 이전에 비해 숙박·외식 등 국내 물가가 높아지면서 시장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도 효과를 반감 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관광객 유치를 늘리기 위해서는 여행사 지급 송객수수료 규모를 늘릴 수 밖에 없지만 현재 면세 4사는 수수료를 줄이는 추세다. 실제 신라·신세계의 경우 지난달 수수료를 대폭 줄이면서 다이궁 매출이 절반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무비자 입국 허용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면세점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국내 면세점 누적 매출은 7조282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3.3% 줄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9년 전인 2016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무비자 입국 허용은 환영할 일이지만 단기간에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기점으로 한-중 관계가 완연한 해빙 무드를 그리고 중국 내 방한 관광 붐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