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자사 '로켓그로스' 이용 판매자 가운데 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셀러들을 대상으로 입출고비와 배송비를 인하한다. 10원 단위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생활용품·뷰티 등 소비재 영역에서 판매자 부담을 줄여 플랫폼 충성도를 높이면서 다이소·C커머스·네이버-컬리 등 경쟁 플랫폼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를 대상으로 판매가격 1만4000원 미만(판매자 쿠폰 적용 최종가 기준)이면서 생활용품·뷰티 등 특정 카테고리 상품에 입출고비와 배송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이 주문부터 재고관리, 포장, 배송, 교환, 반품, 고객서비스(CS)까지 모든 과정을 대신하는 서비스다.
가령 6000원짜리 헤어케어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는 기존 3850원이었던 입출고비와 배송비를 2105원까지 낮출 수 있다. 기존 대비 45%가량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쿠팡은 이 같은 저가 상품 전용 할인 정책을 내년 1월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의 이 같은 정책을 반복 구매 빈도가 높고 가격 민감도가 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진단했다. 쿠팡이 할인 대상으로 지정한 생활용품과 뷰티는 일상에서 필수 소비재로 꼽히는 것은 물론 단가가 낮기 때문에 배송비가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예를 들어 샴푸, 세제, 로션 등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품은 배송비 부담이 적을수록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물류비라는 고정비가 낮아지면 가격결정권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에 현재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쿠팡은 그동안 시그니처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버티컬 서비스를 결합한 유료멤버십 '와우멤버십'으로 막강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 저가 상품 부문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다이소를 비롯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이른바 C커머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CJ대한통운, 컬리 등과 잇달아 손을 잡으면서 배송·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네이버가 막강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쿠팡은 이번 저가 상품 전용 할인 정책으로 기존 판매자들의 이탈 방지와 신규 판매자 유치, 가격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이점을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이번 조치로 저가 상품 판매자들의 물류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상품 다양성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쿠팡과 네이버가 생활용품·뷰티를 비롯한 소비재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