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의 『1929 대폭락』은 주식 과열과 붕괴, 대공황에 대한 추천도서 목록에 항상 등장한다. 1955년 첫선을 보이고 50년 넘게 5번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는 이 책의 장수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제 그만 절판하고 책방에서 거둬들이려 할 때면 매번 또다시 거품 경제 등 투기 사건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1929 대폭락』의 여섯 번째 개정판이 필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증시의 대폭락을 일으키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성장 둔화를 초래해 대공황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장기 비관론이 팽배하다.

장기 비관론의 원인으로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분석가인 켄 피셔는 ‘베테랑 언론의 사망’을 지적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에는 젊은 기자가 “와! 이번 기술주 거품이야말로 사상 최대 규모네요, 세상이 끝장나겠어요!”라고 말하면 반백의 선배들은 “자네는 아는 것이 없어. 1980년 에너지주 거품은 그 이상이었다네!”라고 대답했다. 요즘은 언론사 경영난으로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들이 사라져 최근의 사건조차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균형 보도에 앞장서야 할 언론마저 비관적인 기사를 쏟아 낸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대란’을 만났을 때 단골 등장하는 조언은 1933년 존 템플턴 경이 한 이 말이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네 단어는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이다.” 템플턴은 최초의 대형 뮤추얼펀드 회사를 설립한 선구자다. 글로벌 투자 분야에서도 가장 먼저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군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두려움과 탐욕의 순간을 알아차린 지극히 냉정한 투자자였다. 마치 템플턴의 인생을 요약한 것처럼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겠습니다. 문을 닫아주기 바랍니다. 그 비밀이란 다른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 닫기는 외부 잡음의 차단이다.
‘아무리 심각하고 두려워 보이는 사건이어도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템플턴의 지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과거의 유사한 사건을 찾아내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오늘날 경제와 자본시장이 보여주는 강한 회복력 역시 과거와 다르지 않다. 만일 자본시장의 회복력이 강하지 않았다면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장기간 증가할 수 없었을 것이다. 10~20년 이상 투자해야 할 연금 가입자라면 최근의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한 높은 변동성은 관련 상품을 싸게 살 좋은 기회다. 때가 왔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