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평] <서초동> 변호사들이 법정보다 밥 먹을 때 진심이네

2025-08-01

“진실을 밝힌 건지, 그럴듯한 거짓을 만든 건지” tvN 드라마 <서초동>의 주인공 안주형(이종석)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는 승률 99%를 찍은 9년 차 변호사. 그는 9년 동안 서초동에서 경력을 쌓는 동안 승소에 무뎌지고, 의뢰인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때는 함께 밥 먹는 친구들, 사무실은 달라도 같은 건물에 있는 또래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다. 이들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줄여 말하는 ‘어쏘’(Associate Lawyer)들이다. 안주형과 같은 법인 배문정(류혜영), 위층 강희지(문가영), 한층 아래 하상기(임성재), 더 아래층 법인의 조창원(강유석)까지 5명이 ‘어변저스’다.

변호사들이 등장하니 사건과 소송 그리고 법정 장면이 매회 등장한다. 하지만 법정 분쟁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변호사들의 일상이다. 특히 먹방 수준으로 선보이는 식사 자리다. 삽겹살, 냉면, 순대국, 돈까스, 보쌈정식 등 먹고사는 문제에 진심이다.

흔히 성공한 변호사들이 등장해 접대를 주고받는 자리, 룸살롱이나 요정이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맛집이 주 무대인 것이 신선하다. 그리고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넘어 끈끈한 정이 쌓여간다. 게다가 그런 유대감은 승소에 이르는 든든한 지원으로 상승한다.

총 12회 분량 중 딱 절반이 되는 6화에서 그동안 숨기고 있었거나 모른 척해줬던 각자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더 끈끈해지는 관계, 그 중심에 안주형과 강희지가 연결되는 감정 변화가 있다. 7화에서 강희지의 아버지 사건을 안주형이 맡았고, 밥 친구들이 모두 제 일처럼 조력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일과 일상. <서초동>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선망받는 직업인 변호사를 매우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조금만 봐도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리즈에서 다루었던 방식과 비슷하다 느낄 것이다. 둘 다 성공한 전문직의 특수한 일을 다루면서 보통 직장인이 흔히 겪는 고충과 함께 다양한 일상의 갈등을 드러낸다.

문제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그 부분은 변호사의 일이 중요했다. 권력자에 의탁해 성공을 놓고 줄타기하는 장면은 배제된다. 그 대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건들, 신문 사회면에서 쉽게 만났던 이야기들을 녹여냈다. 최근 화제였던 법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굿파트너>보다 더 평범한 이들의 사건을 변호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박승우 감독은 ‘변호사들의 진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현직 변호사로 대본을 집필한 이승현 작가가 쌓아온 생생한 이야기. 이승현 변호사는 법조인의 사명감보다 직장인으로 매일 마주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둘이 머리를 맞대 매우 영리하고 적절한 결과물을 완성한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완성도에 한몫했다. 주인공을 맡은 이종석은 ‘어쏘’로 개업을 뒤로 미루고 9년을 버티면서 마모된 감정을 지닌 안주형을 잘 표현했다. 동료이자 연인이 되는 강지희를 연기한 문가영도 선방했다. 이 둘이 제 몫을 했다면 류혜영, 임성재는 알토란처럼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내란 이후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시점에 나온 변호사 드라마. 지난 반년 동안 우리는 내란수괴의 하수인이 된 변호사도 봤고, 특검으로 차출된 변호사도 봤다. 그리고 정치검찰과 비리 판사가 전관예우 변호사로 변신하는 것도 잘 안다. 그들의 세계와 <서초동>의 세계는 무척 다르다. 물론 이 둘 모두 현실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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