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 캠퍼스에 나타난 유명 버거...소외감 느낀 신입생의 이유[BOOK]

2025-08-01

현명한 개입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그레고리 월튼 지음

고현석 옮김

더퀘스트

1990년대 후반 미국 스탠퍼드대 캠퍼스에 등장한 ‘인앤아웃’ 푸드트럭. 이 캘리포니아 유명 버거 체인의 방문에 학생들은 열광했지만, 당시 철학과 신입생이었던 저자는 순간 엄청난 소외감을 느꼈다. “고향의 맛”이라고 반긴 학생들과 달리, 미시간에서 자란 그에게는 처음 보는 낯선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그는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 속하는가,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등등.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훗날 심리학과 교수가 되어 돌아온 저자는 이를 ‘티프빗(Tifbits)’으로 명명했다. 작은 사실(Tiny Fact)이 모여 거대한 이론(Big Theory)을 만들어내는 상황을 가리킨다. 저자는 “자기 의심이나 불신은 무작위로 발생하지 않는다. 특정한 상황이 계기가 되어 촉발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앤아웃이 그의 내면 속 방아쇠를 당긴 이유는 집에서 멀리 떠나와 향수병을 겪고 있었기 때문.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 그에게는 거대한 존재론적 질문이 되어 가슴에 꽂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티프빗을 기점으로 상승 소용돌이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하강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인가. 저도 모르게 후자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부정적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모든 행동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기 쉬운 탓이다. 그 자체가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고착화된다. 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받아도 “난 뭘 해도 안 돼”,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생겨도 “역시 난 이곳과 안 맞아”라고 되뇌는 식이다.

저자는 바로 이때 ‘현명한 개입(Wise Intervention)’이 상승 소용돌이에 올라타는 중요한 발판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대학 신입생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소속감 연습이 대표적이다. 적응 과정에서 누구나 소속감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진다는 다양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소속감 연습을 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오래 공부하고, 교수들과 더 자주 소통하며, 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높게 나타났다. 학생들이 단 한 가지 질문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인데 이 질문이 해결되자 대학 생활의 본질적 과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교육만이 아니다. 새로운 회사에 취직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가는 등 새롭게 맞닥뜨린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1년에 세 번, 넉 달에 한 번씩 7분간 진행된 갈등 해결 연습이 부부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식이다. 실생활에 적용할 만한 주제별 연습 방법도 책에 여러 편 수록돼 있다.

다만 백인과 유색 인종 간 비교 실험 사례가 많아 한국 실정에 다소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나이, 성별, 성적 지향성, 국적, 인종, 민족, 종교 등 정체성 구성 요소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동질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생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면, 각자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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