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지급 앞두고 환율 급등
3월까지 잔금 22억 달러 내야
1차 잔금 때 보다 환율 22% 올라
현재 환율로 6000억 추가 부담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상황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사업부(현 솔리다임)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오는 3월 잔금 입금을 앞두고 약 6000억원 가량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단계 잔금 납부 보다 환율이 22% 가량 오르면서다. SK하이닉스는 대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3월까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최종 마무리한다.
지난 2020년 10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발표한 SK하이닉스의 인수 자금은 88억4400만 달러. 당시 환율(1153원) 기준으로 약 10조2000억원 규모였다. 역대 한국기업의 국내외 M&A 중 최대 거래다.
SK하이닉스는 모두 두 단계에 걸쳐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먼저 지난 2021년 12월 66억900만 달러 지급을 완료했다. 당시 환율은 1196원으로, 약 7조9000억원이다. 1단계 절차를 완료하면서 SK하이닉스는 인텔의 SSD(Solid State Drive) 사업과 중국 다롄의 공장 등을 넘겨받았다.
오는 3월 종료되는 2단계 인수 절차에서 SK하이닉스가 인텔에 지급해야 잔금은 22억3500만 달러다. 다만 높아진 환율에 SK하이닉스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 커졌다. 15일 환율(1461원) 기준으로 잔금은 약 3조2653억원. 지난 2021년 1단계 인수 결정 당시 환율로 따졌을 때 보다 약 5922억원 가량이 더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2단계 절차에서 낸드플래시 웨이퍼 연구개발(R&D) 재산과 다롄 공장 운영 인력을 비롯한 관련 유·무형자산을 이전 받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공개한 증권신고서에서 "2단계 양수대금을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 활용,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며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능력과 신인도 등을 감안하면 양수대금 조달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순풍을 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을 전년(32조7657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66조원, 영업이익은 23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조1357억원으로, 보유 자금 역시 넉넉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예기치 못한 시장상황 변동, 환율 상승 등에 따라 차입금 규모가 증가하거나, 중국 경쟁당국이 부여한 의무 준수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발생할 시 재무적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에 인수 직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갔던 솔리다임은 지난 2023년까지 누적순손실이 7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분기부터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기업용 SSD인 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SK그룹 편입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부터 솔리다임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AI 리더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