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2024년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8조원을 넘으며, 삼성전자 영업이익(6조5000억원)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이는 SK하이닉스지만 고민은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8일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향후 리스크와 우려를 살펴봤다.
블랙웰 주문 연기설..고객 편중 리스크?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엔비디아에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고객이 편중된 점은 위험요인이다. 최근 엔비디아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이 발열 등의 이슈로 주문 연기설이 제기되며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3일(현지시간) 블랙웰 칩이 장착된 랙의 첫 번째 출하분에 과열이 발생하고 칩 간 연결 방식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MS·구글 등이 주문 일부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도 이런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경쟁력 약화에 따라 당사의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증권신고서를 통해 밝혔다. 기업명을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전체 매출의 13%, 3분기에만 35% 이상 차지한 이 ‘주요 고객’은 엔비디아라고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AI붐'으로 인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엔비디아지만, 고객사의 주문량이 줄어들면 매출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고객의 시장 지위 강화로 인한 당사의 가격협상력 저하가 발생할 경우'도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꼽았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등 다른 HBM 공급사들이 늘어날수록 엔비디아와의 가격협상 테이블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불리해질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 격화도 우려스러운 변수다. 현재 글로벌 D램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상위 3개 사업자의 합산 점유율이 96%에 이르는 과점적 경쟁 시장이다. 낸드는 1위(삼성전자)가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후발 기업이 기술 격차를 따라잡고 각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수급 불균형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최근 중국의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면서 범용(레거시) 제품 점유율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요인 제시에도 SK하이닉스는 총 3600억 원 모집에 1조93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제시한 위험 요인보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더 크게 평가한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은 2023년 87.5%에서 2024년(이하 3분기 기준)65.9%로 줄었으며 장기차입금은 같은 기간 8조원, 순차입금 의존도는 10.8%포인트 하락했다. 연구개발비의 증가에도 불가하고 매출 상승으로 인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12.8%에서 7.7%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