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오카도 시너지 '글쎄'…"10년 바라볼 여유 없다"

2025-01-14

【 청년일보 】 롯데쇼핑이 영국의 리테일 기업 오카도(Ocado)와 협업으로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양측의 시너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부회장의 주도 속에 오카도와의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카도는 물류 기술 전문기업으로, 주로 식료품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해 제품 수요 예측부터 선별, 포장, 배송, 출하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이러한 기술과 노하우를 지닌 오카도와의 협업으로 쿠팡 등 경쟁사 대비 열세로 평가받는 물류 역량을 확보하고, 옛 '유통 공룡'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롯데쇼핑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오카도의 선진화된 물류 시스템과 롯데의 이커머스 노하우를 결합해 쿠팡에 대적할 수 있는 자체적 역량을 확보한다는 게 롯데쇼핑의 중장기적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지난 2023년 말부터 부산에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자동화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건설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바 있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 전국 6개의 CFC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이 오카도와의 협업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통과 물류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롯데가 이번 협업에서 노리는 부분은 바로 오카도의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기술과 오토 스토어 기술"이라며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을 롯데의 방식에 맞게, 또 국내 소비자와 물류산업 환경에 맞게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대표적으로 쿠팡의 경우 직접 물류센터를 짓고, 로켓배송 등 자체적인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는데도 최소 10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오카도의 기술, 노하우를 롯데가 원하는 방식의 서비스로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롯데쇼핑 측이 원하는 목표에 비해 투자 비용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롯데가 오카도의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CFC를 최대 6개까지 건설한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현 상황에서 감내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보통 일반적인 물류 서비스를 소화할 수 있는 물류센터 1개소를 건립하는 경우에 평균 1천500억원~3천억원의 초기 투자 비용이 소모되는데, 롯데 측은 약 1조원의 대략적인 투자 계획만 밝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이 추구하는 오카도와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제기된다. 구체적인 계획이 묘연한 상황에서 경쟁사들은 이미 자체적인 해법을 내놓고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이미 CJ그룹(CJ대한통운)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자사의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의 익일 배송 서비스 '스타배송'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이미 이커머스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 쇼핑은 올 상반기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의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며 이커머스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3시간·당일·새벽·휴일·희망일 배송 등 쿠팡의 다양한 배송 서비스에 대적할 수 있는 다채로운 선택지도 준비 중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쿠팡은 물론 G마켓·SSG닷컴·11번가 등 경쟁사들은 최근 1~2년간 일찍이 물류 효율화를 구현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를 단기간 내 선보이기 위한 작업을 대부분 마쳤다"며 "이에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당일 혹은 익일 서비스를 이미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문이 경쟁사 대비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오카도와의 시너지만을 바라보며 마냥 기다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물류센터가 무리 없이 완공된다고 해도, 오카도가 제공하는 OPS는 물론 각종 CRM 프로그램을 롯데 측 인력이 무리 없이 흡수하고 원활한 물류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롯데의 계획에 따르면) 2030년대 초반에 오카도의 기술을 통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목표는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끝으로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롯데쇼핑이 오카도에 지급해야 하는 라이선스 비용과 수수료 등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카도는 자사의 기술을 도입하는 대가로 얻는 기술 라이선스 비용, 물류 처리 수수료 등을 주요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오카도와의 협업 시스템이 물리적으로 완성될지라도,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본다"며 "이를테면 롯데 측이 오카도에 지급해야 하는 각종 수수료 등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또한, 그간의 전례를 보면 물류센터가 완공된 이후에도 오카도가 롯데의 배송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같은 갈등 속에서 롯데가 자사의 철학을 관철시키고 실제 서비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큰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롯데그룹 위기설이 불거진 상황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중장기 계획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실제 롯데쇼핑의 최근 성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롯데쇼핑은 작년 3분기 각각 3조5천684억원의 매출과 1천5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동기 대비 각각 4.6% 감소하고 9% 증가한 수치다.

표면적으로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문제는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이 시기 2023년 동기 대비 53.3% 급감한 289억원의 순수익만을 거둬들였다.

기업의 대표적인 자본 유동성 지표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또한 감소세에 있다. 롯데쇼핑은 2023년 3분기 1조8백억여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지만, 작년 3분기에는 9천500여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롯데에 선제적인 사업 전개와 확실한 방향성이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유통업계에 밝은 한 학계 인사는 "롯데는 늘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먼저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는 사례를 늘 만들어왔다"며 "롯데가 2018년 내세웠던 '옴니채널'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지도 못했으며, (오카도와의 협업은) 실제적인 효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투자라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향후 10년, 20년이 아니라 최소 5년 내에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롯데쇼핑을 비롯래 그룹 전체에 필요한 것은 '확신의 리더십'"이라면서 "어느덧 롯데는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유통업체가 돼버렸다"며 "오카도와의 협업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미 물류 인프라는 물론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에서도 뒤쳐져 있는 롯데쇼핑이 오카도와의 협업만으로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허상일 뿐"이라며 "무언가 할 거면 확실하게, 그렇지 않을 거면 과감히 포기해야 롯데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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