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부진에 시달리는 일본 건설사들이 자구책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 특히 높은 모기지 금리와 건설비용 증가로 주택 공급에 빨간 불이 켜진 미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세키스이 하우스와 다이와 하우스, 스미토모 임업 등의 사례를 들어 최근 일본 건설사들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떠나 수요가 많은 미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택 시장은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건설비용 증가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신규 주택 건설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11.4% 줄어든 132만 4000가구였다. 같은 기간 신규 주택 재고는 8.9개월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 대비 여전히 낮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은 올랐다. 지난해 미국 주택 자산 가치는 35조 달러로 2020년 초 대비 약 80% 상승했다. 프롭테크포럼은 보고서에서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져 매물 부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며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일본 건설업계는 이같은 상황에 처한 미국을 주목했다. 일본 인구는 저출생·고령화 영향으로 15년 연속 감소세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기준 주택 착공 건수는 총 80만 건으로 20년 전과 비교해 약 30% 쪼그라든 상태다. 프롭테크포럼은 "일본 건설사들은 자구책으로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고, 특히 최대 주택 시장인 미국을 주목중"이라며 "특히 텍사스가 지난 5년간 민간 주택 건설 허가를 가장 많이 발급하면서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립식 주택 건설 전문인 다이와 하우스는 2017년 미국 건설사 스탠리 마틴 인수로 미국에 진출한 이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조립 및 제조 공장을 확충해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미즈호은행 등 일본 은행을 통한 저금리 자금 조달로 미국 현지 관련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세키스이 하우스 역시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주택 건설사 MDC홀딩스를 지난해 인수하며 미국 매출이 20% 증가했다. 다만 미국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미국의 지리적 규모를 고려할 때 효율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일본 공장에서 조립한 목조 주택을 미국으로 배송하는 구조로 운영 중이다. 2003년 일찌감치 목재 사업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스미토모 임업은 2023년, 2024년 연이어 플로리다 지역 건설기업을 인수해 미국 현지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스미토모 임업은 주택 산업은 근본적으로 지역 산업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 전역 공장에서 건축 자재를 생산하고 미국 내 단독주택 사업에서 20% 안팎의 세전 이익률을 유지 중이다.
올들어 처음으로 미국 진출을 본격화한 곳도 있다. 아사히 카세이는 지난달 급성장하는 미국 텍사스 주택 시장 진출을 그룹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30년 해외 주택 매출 5000억 엔 확장을 목표로 삼았다. 2023 회계연도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