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밍주(董明珠)는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이다. 중국 에어컨 시장의 절대 강자 거리(格力)전기의 회장인 그는 자수성가의 본보기다. 남편이 병사하자 두 살배기 아들을 고향인 난징의 어머니에게 맡기고 광둥성으로 내려갔다. 살길을 찾던 그가 100만 위안 매출을 올리면 2%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회사가 바로 오늘의 거리전기다. 1990년 그의 나이 36세 때였다.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2년 만에 회사 매출의 8분의 1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 끝에 2012년 회장이 됐고 71세가 된 올해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한 발언이 문제였다. “거리전기는 절대 ‘하이구이(海歸, 유학생)’를 쓰지 않을 겁니다. 그들 속 누가 간첩이고 누가 아닌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럴 땐 보수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국내 양성 인재를 써야 합니다.”

둥의 인재관이 중국 내 찬반 논쟁을 야기한 건 당연하다. 가뜩이나 취업하기 어려운 때 아닌가. 주류 언론은 둥밍주 때리기 일색이다. “별 생각 없이 던진 둥밍주의 ‘간첩’ 발언은 그의 낙후한 인재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둥밍주의 지식이 짧다는 걸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 등. 그러나 둥을 지지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해외 유학파에겐 실제로 위험이 존재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학생을 쓰지 않는 게 상책”이란 댓글이 이어진다.
우리가 주목할 건 둥밍주의 ‘유학생→간첩’으로 이어지는 발언이 나오게 된 중국의 현 상황과 그 배경이다. 둥은 관세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미·중 간 치열한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이 얼마나 외국 간첩 단속에 부심하고 있나를 그대로 드러낸다. 실제 시진핑 3기 들어 유학파보다는 본토파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모두 이렇다 할 유학 경험은 없다.
또 중국이 자국의 유학생을 외국 정보 수집에 활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다. 중국은 중국인이라면 중국 정부의 정보 수집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강제한다. 자신들이 해외에 나간 일부 유학생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니 다른 국가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여기는 건 당연하다. 지난해 ‘하이구이’ 취업 조사에서 가장 많이 유학한 곳이 영국이었다. 호주와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은 5위를 기록했다.
아무쪼록 한국에서 유학하고 돌아간 중국 유학생이 간첩으로 몰리는 비극을 맞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