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그룹 조선 및 원전 사업에서의 한미 협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
이 회장은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도 반갑게 포옹하며 인공지능(AI)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반도체 분야 대미(對美) 투자 확대 계획 수립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미국 해군·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향후 협력 범위를 확대해 미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한화오션이나 HD현대 그룹과 달리 방산 특수선을 건조하지 않지만, 이번 협력을 통해 해군 MRO 사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게 됐다.
이를 위해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이 회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이번 MOU를 최종 조율했다.
역시 이번에 이 회장과 함께 방미길에 오른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건설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하며 한미 간 협력 범위를 넓혔다.
페르미 아메리카는 차세대 AI 구현에 필수인 기가와트(GW)급 전력망 구축을 선도하는 에너지 업체로,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 릭 페리가 공동 설립자다.
이 회사가 미 텍사스주 아마릴로에 추진 중인 AI 캠퍼스에는 대형 원전 4기,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 가스복합화력, 태양광 및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전력 공급 인프라와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그룹이 이처럼 양국 전략 산업인 조선과 원전 분야 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구체적 사업 계획이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고, 애플에도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투자 확대 구상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2030년까지 54조원을 투자해 짓기로 한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메모리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AI '큰손'인 엔비디아로의 HBM 납품 관련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 이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황 CEO와 반갑게 포옹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반도체 관련 한미 협력의 구체적 플랜이 나오지 않은 것은 여전히 남은 불투명성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100% 품목관세를 예고하는 한편 미국 내 공장을 지을 경우 이를 면제해주겠다고 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강공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액 출자로 전환하며 10% 지분을 획득해 최대 주주 위치로 올라서는 한편 "그런 거래를 더 할 것"이라고 해 삼성전자와 TSMC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결과 기존의 양국 관세협상 결과를 재확인했을 뿐 반도체 품목관세나 반도체 기업 지분 인수 등에 대한 추가 논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는 이런 상황에서도 기존 계획대로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현지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가며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