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휴양지 냄새·우주·군사 전략·사랑…지도, 스토리를 품다

2025-11-20

생각의 틀을 깨는 40개의 지도 이야기

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 | 김시경 옮김

M31 | 320쪽 | 2만원

인간의 마음을 지도로 형상화할 수 있을까. 17세기 프랑스의 ‘사랑의 지도(Carte de Tendre)’에는 사랑의 종착지와 출발 지점이 있다. 당시 사교계 유명인사 마들렌 드 스퀴데리의 ‘토요회’에서는 사랑의 지도를 두고 역할극을 벌이는 보드게임이 인기였다고 한다.

지도 아래 ‘새로운 친분’이라는 도시를 출발해 존경·감사·애정의 도시 중 하나로 여성을 데리고 가는 것이다. 고상해 보이지만, 지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애정의 강’이 여성의 외음부를 연상시키는 데서 보듯 ‘성’을 다루는 게임이기도 했다. 이 ‘소셜게임’을 주최한 스퀴데리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 이른 시기의 페미니스트였다고도 한다. 지도 한 장으로부터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읽어낼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지도는 지형지물을 나타낸 단순한 길 안내 수단을 넘어,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품은 정보의 집약체이다. 저자는 지도 40개를 선별해 과거와 현대, 인간과 자연, 과학과 우주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책에는 9000년 전 신석기 유적인 차탈회위크 벽화로 시작해 마셜제도의 막대기 항해도, 뉴욕시 여성 워커빌리티(보행친화성) 지수, 해변 휴양지 냄새를 담아낸 지도 등 ‘이것도 지도인가?’ 싶은 것들이 가득하다. 지도에는 ‘특정 정보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것’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최근 주한미군 사령관이 ‘뒤집힌 한반도 지도’를 홈페이지에 게재해 전략적 변화를 암시했다. 책에선 아시아를 중심에 두고 아메리카 대륙을 주변부로 밀어낸 중국의 새로운 지도도 소개하는데, 이를 통해 세계 패권의 변화 그리고 오늘날의 세계로도 생각을 확장하게 한다. 지도를 통해 우리 생각의 틀을 점검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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