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로 친해지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외국인 근로자 락(樂)페스티벌

2024-11-28

사단법인 희망웅상(서일광 대표)과 양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센터장 유경혜)는 11월 3일 웅상 회야강 소남다리 둔치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외국인 근로자 락(樂)페스티벌 & 다문화 음식 여행으로’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대나무놀이터사회적협동조합은 행사 전에 주최 측에서 협조를 요청해 부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나 마트에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행사장에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을 보는 게 처음이라 당황하긴 했다. 부스 운영을 하다 보니 말이 안 통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면서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우드버닝으로 냄비 받침 만드는 부스를 운영하는데 너무 많은 인원이 줄을 섰다. 나와 보조로 한 명이 같이 갔고 현장에서 (대학생) 자원봉사 두 명을 붙여 주어 총 네 명이 진행해도 밀려드는 인파에 감당이 안 된다. 대기 줄에서 사포로 냄비 받침 모서리를 갈아내고 자리를 이동해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다음 또 자리를 옮겨서 우드버닝을 진행한다. 우드버닝은 (전통 인두화가 시초) 온도 조절이 되는 버닝기로 점, 선, 면을 그리는 기법을 사용해 나무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공예다. 나무와 교감할 수 있고, 정서적 안정, 마음의 치유와 힐링, 오감을 느끼며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친환경 소재인 나무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과 생태적 측면에서 기획했는데 실제 체험 현장에서도 참가한 모든 분이 만족한다.

먼저 온도 조절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연습용 나무에 그려보고 한 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 살짝 그린 다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번 더 그리라고 설명해준다. 조금은 위험할 수 있으니 천천히 하라고 이야기한다.

나무에 새겨지는 것을 보면서 집중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몰입한다. 가끔 중간에 한국 사람이 섞여서 하는데 너무 급하다. 이것 그려 달라는 의존적 태도(예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이해 하지만…)도 보인다. 무료 체험임에도 요구가 많다. 너무 어린 친구들은 조금 위험할 수 있어 나무에 색을 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2700여 명(접수 후 손목 띠 배포만 1700명)의 외국인과 지역주민들이 모여 아시아의 음식과 문화, 공연의 장을 맘껏 즐겼다. 우리는 행사 접수도 못 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먼저 체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체험하겠다고 밀려든다. 많은 인원 체험 진행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음식과 공연은 구경도 못 하고 리플릿 보는 것과 지나가는 사람 구경이 전부였다. 지역의 대학과 단체에서 마련한 14개 체험 부스와 28개의 플리마켓, 희망웅상에서 준비한 8개 나라 열 가지 다문화 음식 푸드트럭, 다양한 다문화 놀이 존이 곳곳에서 진행되는데 먼발치에서 대충 보고 그만이었다. 멀리서 중간중간 경품 추첨하는 방송, 축하 공연으로 펼쳐지는 베트남 여성들과 자녀들의 노래 공연, 4개 나라 외국인 연합이 펼치는 양산의 삼장수 기상춤 공연, 네팔 티하르축제 공연, MJ 줌바핏 댄스공연, 가을을 적시는 오카리나 공연, 필리핀 전통춤 공연과 아홉 개 악기로 구성된 브라스밴드 공연(리플렛 순서 정리) 소리는 들리는데 구경을 할 수 있어야지…

대부분 행사를 마치고 나면 많은 쓰레기가 문제인데 이번 축제는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캠페인 차원에서 참석자에게 1회용품 대신 스텐 접시, 억새 젓가락을 사용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축제를 하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띄었다.

행사를 마무리할 때쯤 준비해간 재료와 조금 여유 있게 가져 간 것까지 모두 소진돼 정리하고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처음이었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파악하고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울산도 외국인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좀 더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하루아침에 지역주민과 외국인이 융화될 수는 없겠지만 한 공간에 살면서 어울리는 노력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진일주 대나무놀이터사회적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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