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영하의 날씨가 몰아치고 있지만 절기상 첫번째인 입춘(3일·立春)이 어느새 찾아왔다. 예부터 궁중에서는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에 ‘오신반(五辛盤)’을 임금에게 진상해 왔다. 오신반은 이른 봄에 먹는 다섯 가지 나물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한 해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풍습에서 유래됐다.
◆달래, 혈액 순환 돕고 고혈압 예방도=전국의 산과 들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산에서 자라는 야생 마늘로도 불린다.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해당 성분은 혈액순환을 도와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C도 풍부해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호흡기 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다만 몸에 열이 많거나 염증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한다. 이는 달래의 따뜻한 성질이 해당 증상을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냉이, 눈 건강에 특효…지혈 효과도=비타민A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야맹증과 안구 건조증도 예방한다. 아울러 혈압을 안정시키며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재료로 쓰인다. 냉이는 지혈에도 효과가 커 생리불순, 코피, 산후 출혈에 좋고 칼슘, 칼륨, 철분이 많아 피부와 뼈 건강관리 효능도 있다.
한의학에서 냉이는 간의 열을 내려 해독하는 데 도움을 주며, 위장 기능을 강화해 소화불량을 개선하는 약초로 쓰인다. 특히 따뜻한 차로 달여 마시면 해독 효과가 크고, 즙으로 짜서 마시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씀바귀, 소화불량 해소하고 춘곤증 막아=동의보감에서 체내 열을 내리고 독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씀바귀에 다량 함유된 ‘이눌린’은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위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씀바귀는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나물이다. 또 비타민C와 단백질이 풍부해 체내 에너지 대사를 원활히 해 봄철 춘곤증 완화에도 효과가 크다.
◆미나리, 독소 제거와 숙취 해소, 항암 효과까지=체내 독소를 해소하고 열을 내리는 데 유용하다. 아울러 거담 효능이 있어 가래를 제거하고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숙취가 심한 날 미나리를 먹으면 알코올로 손상된 간이 빠르게 회복돼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 이뇨 작용을 촉진해 노폐물을 배출하고,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효능도 있다. 미나리의 일부 성분은 암세포 성장을 억제해 대장암과 폐암 예방 효과도 있다.
◆부추, 남성에겐 활력…여성에겐 빈혈 예방=비타민 B와 비타민C가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로해소와 혈액순환을 돕는다. 부추에 함유된 철분은 빈혈을 예방하고 체내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해 여성과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유익하다. 아울러 부추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은 신체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한의학에서 부추는 기운이 약한 사람의 원기를 회복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얼굴이 붉고 열이 자주 나는 체질은 부추 섭취 시 체열이 높아져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홍순성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신선한 봄나물을 체질에 맞게 섭취하면 겨울 동안 부족했던 영양소를 보충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입춘을 맞아 신체 균형을 올바르게 하고 건강을 증진시켜 활기찬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