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之學者 爲己(고지학자 위기)

2025-05-07

‘위기지학(爲己之學)’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전자는 ‘자기를 위한 학문’이고 후자는 ‘다른 사람을 위한 학문’이다. 얼핏 듣기에는 위인지학이 남을 위해 봉사하는 학문으로 여겨져서 좋아 보이지만 본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위기지학은 자신의 발전과 인격의 완성을 위해 연마하는 학문이고, 위인지학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학문을 이르는 말이다. 위기지학을 하는 사람은 학문이 익으면 당연히 남에게 베풀 생각을 하지만, 위인지학을 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학문이 익을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아예 남에게 베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자는 훌륭한 인품과 덕망을 꿈꾸는 학자의 공부법이고, 후자는 뻐기며 ‘갑질’을 하는 탐관오리나 후안무치의 거짓말쟁이가 될 가능성이 많은 공부법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 행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위인지학의 시험공부를 했을 뿐, 상식을 갖추고 인품을 닦는 위기지학은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지금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가치관 전도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느린 것 같지만 실은 교육보다 빠른 사회개혁의 길은 없다. “옛 사람들은 위기지학을 했었는데….”공자의 한탄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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