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마쳐달라” 욕설·협박 1·2심 ‘무죄’ 개원가 ‘분통’

2025-02-05

“이번 판결은 정말 유감입니다. 향후 치과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선 개원가에서 환자 욕설과 협박 등 업무방해죄에 관한 1, 2심 법원의 무죄 판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로 기소된 환자에게 유죄를 선고해달라는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당시 환자는 진료기록부 교부 문제를 두고 치과 원장에게 죽인다며 협박과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올랐다. 그러나 1·2심에서 재판부는 환자가 치과 원장의 진료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진료 중 치료를 마쳐달라는 취지로 욕설하며 언성을 높인 것만으로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 당일 환자가 치과 치료실로 들어오는 직원이나 다른 환자의 출입을 방해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협박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의료법 행위대상을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당초 해당 규정의 제정 목적 자체가 의료인의 진료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 개원가 판결 의문 다수 제기

이번 판결에 대해 일선 개원가에서는 의료인의 고통은 배제한 채 문제를 일으킨 환자에 대해서만 온정적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환자의 일방적 항의로 과거 경찰을 부른 적이 있다는 A원장은 과거 한 환자의 억지 항의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던 일화를 전하며 이번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A원장은 “환자의 왼쪽 치아에 I&D 치료를 한 적 있는데 이후 환자가 엊그제 다른 치과에 오른쪽 치아 이를 뺐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심지어 치료한 치아는 반대쪽이었는데, 당시 차트를 보여주고 설명했는데도 차트를 내 멋대로 조절한 거 아니냐며 화를 냈다. 말이 안 통해서 나가달라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 했더니 오히려 환자가 경찰과 시비를 가리겠다며 버티더라”라고 하소연했다.

A원장은 이어 “결국 경찰들이 왔는데 차트를 보고 헛웃음 지으면서 1년 반 전에 한 걸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된다면서 환자를 데리고 나갔다. 계속 억지 쓰며 화를 냈는데 당시 나를 포함해 여자 직원만 있어서 무서웠었다. 우리 치과는 그렇게 끝났지만 원래 의료기관 내에서는 난동을 부리면 안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B원장도 “치과 내 환자의 욕설 등의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날 것 같다. 결국 문제 일으킬 거 같은 사람은 피해야 하는데, 뚜렷한 방안이 없다. 주변에 다들 버티다 이민가고 싶다고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밖에 치과 의료진의 안전 보장을 바탕으로 여타 다른 환자들의 진료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해당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반복될 경우, 치과 의료진의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치협 차원에서 진료 중이 아니더라도 의료기관 내에서 욕설·난동을 부리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 조항 신설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박찬경 법제이사는 “치과 의료기관은 대부분 소규모 운영이므로, 치과의사 1인에 대한 위협만으로도 전체 진료가 마비될 수 있음을 관계 기관에 이해시켜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또 치협 차원에서 ‘폭언·난동 대응 매뉴얼’을 표준화해 전국 치과에 배포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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