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여성의 광대뼈가 크면 ‘과부상’이라며 부정적으로 봤어요. 그런데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오늘날엔 맞지 않는 해석이죠. 사람들을 만나서 크게 웃거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면 광대뼈 부위의 근육이 발달해 점점 커지거든요.”
대한민국 1호 인상학 박사인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명예교수가 말하는 인상학의 시대적 변화다.
조선시대 천문지리와 역학을 관장하던 관상감에 출입했던 증조부의 후손으로 태어난 그는 가정교육으로 자연스럽게 관상 보는 법을 익혔다. 어릴 때 서예를 배우면서 무심코 베껴 쓴 책이 고전 상법서인 『달마상법』과 『마의상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상학 연구를 하면 할수록, 고전 상법서의 해석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신념이 뚜렷해졌다. 운명론에 갇힌 관상이 아니라,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인상을 바꾸면 인생도 달라진다”는 ‘인상학’을 전파해 온 이유다.
그는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과에서 1000여 명의 후학을 길러내고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그간 신문 등 각종 매체에 인상학 관련 글을 연재하고,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는 1만 회 이상 했지만 저잣거리에서 돈을 받고 상을 봐주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더중앙플러스 독자들을 만나 무료 인상 컨설팅을 해준다. 현대인의 임상 사례를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오늘날에 맞는 ‘신인상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게 목표다. 더불어 더중앙플러스에 주선희의 ‘얼굴 경영’을 연재해 독자들과 소통을 이어나간다. 은퇴 후 일생을 건 신인상학 연구 프로젝트에 나선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선희의 ‘신인상학’ 연구에 참여할 더중앙플러스 독자를 찾습니다. 현대인의 얼굴·표정·체상 등을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오늘날에 맞는 인상학을 새로 정립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입니다. 연구 참여자로 선정된 더중앙플러스 독자에게는 주선희 박사 연구팀이 무료 1:1 인상 풀이와 맞춤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 참여 신청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신인상학’ 프로젝트의 취지는 뭔가요?
옛날 관상은 오늘날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요. 『달마상법』이나 『마의상법』이 유명하지만, 중국 남북조, 송나라 시대에 정리된 것이니 현실과는 얼마나 멀고도 멀어요. 지금 시대에 맞춰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사람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싶어요. 최소 300명을 만나 삶의 궤적을 들어보려고 해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운기 같은 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또 다른 모습이 나온다면 이 시대에 맞춰서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옛 관상이 오늘날과 맞지 않은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요?
미인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다르잖아요. 전쟁 시기에는 턱이 좋아서 지구력이 있고 몸이 강건한 여성을 선호했지만, 평화로운 시대에는 턱이 갸름하고 여리여리한 사람을 선호했죠. 예전에는 턱이 뾰족하면 말년이 좋지 않다고 했지만, 지금은 몸을 덜 쓰는 직업이 많으니 턱 근육이 덜 발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옛날에 보던 관상 방법을 아직도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여성의 광대뼈가 크면 과거에는 ‘과부상’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봤어요. 하지만 요즘 커리어 우먼들은 광대뼈가 큰 경우가 많아요. 일부러 키우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서 크게 웃거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광대뼈 근육이 발달해서 점점 커지는 거죠. 이 시대에 맞춰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럼 얼굴 경영학과에서 가르친 것들은 과거 데이터 기반이었나요?
처음 얼굴 경영학과를 만들었을 때는 사주나 풍수 같은 것도 커리큘럼에 넣었어요. 그런데 몇 년 뒤 동양학과를 따로 만들어서 다 넘겨줬죠. 얼굴경영학과에서는 상대를 알 때 필요한 것, 마음을 경영하고 몸을 경영하는 법,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경영을 가르칩니다. 서양의 보디 랭귀지나 심리학, 현대 인상법, 몸학·의학, 경영학 등을 접목해 강의를 시작했죠.
그러다 동양학과에서 고전 수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신 달마상법’이라는 과목을 만들었어요. 옛날 고전을 다루면서도 ‘오늘날에는 이렇게 해석해야 된다’고 응용해서 가르쳤어요.
사주나 타로로 운명을 봐주는 곳들은 흔하지만 관상 보는 집은 길거리에서도 잘 못 본 것 같아요.
사주는 독학이 가능하지만, 상은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어야 해요. 나뭇잎이 똑같이 생긴 것이 없듯이, 눈코입을 개별적으로 읽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조합해 어떻게 이해하며 읽어야 하는지는 아직 지도가 필요하거든요. 전수하기가 힘들어서 덜 대중화됐을 수도 있죠. 사주만 공부한 분들은 “사주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사주와 상을 함께 공부한 저의 제자들은 “결국에는 상이다”라고 말해요.
사실, 갓난아기도 인상을 다 봐요.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 왔어요. 사냥할 때도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같이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뒤통수를 맞거나 사냥감을 빼앗길 수 있잖아요. 이런 경험들이 DNA 속에 있다 보니 아이들도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알죠.
그래서 갓난아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한 번이라도 웃거나, 눈길을 주고 좋은 표정을 짓는다면 ‘나는 좋은 인상이구나’ 하고 안심해도 돼요. 하지만 무심결에 아기를 쳐다봤는데 아기가 마치 누가 꼬집어 뜯는 것처럼 울거나 고개를 돌린다면, 자신의 인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죠.
누구나 본능적으로 타고난 인상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