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느린 美가전시장, 한국식 프리미엄으로 바꾼다

2025-02-26

2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美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5’에서 LG전자의 직원이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SKS의 인덕션을 시연하자 관람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겉보기엔 금색의 테두리 포인트가 들어간 흰색의 마블 문양 대리석 아일랜드 테이블이었지만 직원은 냄비를 올려놓고 조리를 시연했다. 인테리어 가구와 조리기구를 통합한 ‘히든 인덕션’이다. 제품을 살피던 건축업계 바이어인 앨런 도시 씨는 “이날 행사장에서 본 제품 중 가장 인상적”라며 “테이블 중간에서 흡입 장치가 나오고 이를 양념통 등을 놓는 선반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호평했다.

LG전자가 최고급 빌트인 가전브랜드 SKS를 공개한 것은 이번 DCW가 처음이다. 미국 B2B 가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LG전자에 따르면 현재 미국 가전시장은 일반소비자 시장(B2C) 시장이 81%, B2B는 19% 정도의 비율이다. LG전자는 2023년 이후 미국 가전 시장 1위에 등극했지만 B2B 시장만 떼놓고 보면 여전히 월풀과 GE 등 미국 업체 뒤쳐져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B2B 시장에서는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LG전자 관계자는 “B2B 시장은 월풀과 GE가 만든 시장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여전히 이들의 점유율이 60% 이상”이라며 “하지만 이제 LG전자가 견고한 B2B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고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화를 정면으로 내세웠다. LG전자는 대형 와인 셀러를 가운데 두고 냉장고와 냉동실을 양 옆으로 배치한 빌트인 가전이나 벽과 제품 사이 틈이 4㎜에 불과해도 냉장고 문을 여닫을 수 있는 ‘핏 앤 맥스’ 등 한국시장에 최근 선보인 혁신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핏앤맥스 냉장고 앞에는 건축업계의 바이어들 4명이 모여 번갈아 문을 여닫아 보며 제품의 기능과 크기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관심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AI를 결합한 스마트홈 솔루션에 힘을 실었다. 부스에서 직원이 냉장고에 레몬을 넣자 자동으로 어떤 식재료인지 인식했고, 레몬과 감자를 이용한 요리 레시피를 선택하자 조리에 필요한 오븐이 연결돼 자동으로 예열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미주 교육담당자인 드미트리 폴리티스는 “AI와 스마트홈 솔루션은 삼성전자가 미국의 가전시장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중요하다”며 “이런 노력으로 현재 우리의 고객 중 밀레니얼 세대가 50%를 넘을 정도로 미래 세대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의 이번 전시회 공간 구성에는 혁신 기술이 중요한 한국 시장과 익숙함을 선호하는 미국 특유의 가전 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건조기의 경우 국내에서더는 높은 열효율을 지닌 히트펌프 방식이 이미 대세지만, 미국의 가정에서는 여전히 배관을 설치해야 하는 열풍방식의 건조기가 수십년 째 굳건하다. 이에 LG전자는 미국 B2B 고객을 위해 전통 열풍 건조기 세트를 나란히 전시했다. 박명구 LG전자 빌더 사업팀장은 “기업고객이 배관 방식 건조기를 원할 때 대응할 수 없다면 이 때문에 냉장고와 세탁기, 오븐 등 다른 빌트인도 수주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고객의 요구에 맞추면서 전체 B2B 가전 시장의 점유율이 뚜렷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추세라면 내후년 쯤 목표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지난해 미국 B2B 가전 시장에서 3년 내 톱3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한 중국업체는 물량공세로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로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중국 가전 브랜드 미디어(Midea·메이디)는 이날 행사에서 제품별로 저가부터 중고가, 고가 제품까지 나란히 선보이며 시장 내 모든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텀블러 사용이 많은 현지 문화를 고려해 텀플러용 빨대 내부를 세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식기 건조기를 주력 전시제품으로 내놓았으며, 기존 가전 강자들이 잘 다루지 않는 에어프라이어와 이동형 인덕션 등도 선보였다. 미디어의 직원인 데니 제임스는 “이른바 '굿-배터-베스트(good-better-best)를 아우르는 전략”이라며 “이미 미디어는 빠르게 미국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의 가전 업체들은 공간 효율성을 트렌드로 제시했다. 월풀은 상단 냉장실과 하단 냉동실 사이에 고객의 필요에 따라 냉장실과 냉동실로 바꿔 쓸 수 있는 냉장고 신제품을 주력 제품으로 소개했다. 월풀 직원인 콘도 비니시우스는 “지인 가족과의 식사나 추수감사절 등 음식조리가 많을 때는 준비할 때나 남은 음식을 보관할 때 냉장실과 냉동실이 부족해진다”며 “냉장고 내부 공간을 전환함으로써 주방 공간 전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GE 역시 세탁기와 빨래 건조기가 결합된 콤보 제품을 소개했다. GE 애덤 코나티는 “건조기 한대 만큼의 공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다”며 “세탁에서 건조시간도 기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GE내 최고 인기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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