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미리 공부했는데도 학원 레벨 테스트에서 꼴등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다른 친구들은 중학교 3학년 과정까지 이미 마쳤다고 하네요. 학원 입학을 위해 사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지인의 하소연이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입시 경쟁 심화로 교육열이 뜨거워지면서 사교육 대상 연령은 점차 어려지고 있다. ‘4세·7세 고시’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열되고 있는 영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 시장에서도 입학을 위한 레벨 테스트가 일상화한 지 오래다.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의 지난해 기준 월평균 학원비는 154만 5000원으로 연간으로 계산하면 1854만 원이다. 사립대 연간 등록금(2024년 기준 763만 원)의 2.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른 시기 학원을 다니며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문제지만 과도한 사교육 의존은 경기 침체로 어려운 가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 당국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교육 광풍을 멈추지는 못해도 바람의 세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2023년 6월 교육부가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공교육의 질이 하락한 원인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지적하며,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제고하고 다양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생 맞춤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진단도 적절했고 방향 또한 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교육 수요가 꺾이지 않는 것은 공교육 사다리 상단에 입시가 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현 입시 체제하에서는 맞춤형 교육, 전인적 교육은 주가 아니라 부가 될 수밖에 없다. 허위 광고 등 부당한 방법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자극하는 학원 단속이 사교육 경감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이 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파성 논란 등으로 대입 제도 개편을 주도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 3년간 공전하면서 올해 3월 발표 예정이었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확정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재명 정부 역시 사교육 경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헛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입 제도 개편안 마련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